윌리엄 템플(William Temple: 1881.10.15~1944). 영국 국교회(성공회)의 최고위직인 캔터베리 대주교를 지낸 성직자다. 2차대전 초 전황이 불리할 때 대독 결사항전 의지를 북돋는 설교방송으로 유명하다. 평생 종교인으로 살았지만 경제사에 지워지지 않을 획을 그었다. ‘복지국가’란 용어를 정착시킨 주인공이다. 서구의 역사에서 복지 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은 기원전 5세기 아테네. 성인남자의 절반이 국가 보조금을 받았다. 아우구스투스 시대 로마의 국가예산 10%는 평민에 대한 실업수당으로 쓰였다. 유구한 복지정책의 역사에서도 유독 템플이 기억되는 이유는 두 가지. 1941년 그의 저서 ‘시민과 성직자’를 통해 ‘복지국가(Walfare State)’란 용어가 처음으로 활자화한데다 템플 이후 국가 정책에 복지가 본격적으로 채용됐기 때문이다. 복지국가에 대한 템플의 강조점은 1942년 말 베버리지 보고서(Beveridge Report)를 거쳐 영국은 물론 유럽과 미국의 사회보장정책으로 이어졌다. 광범위한 사회보장을 담은 복지국가 이념은 정부 비대화와 과도한 세금부담, 성장 저해라는 부작용으로 공격받고 있지만 여전히 서구선진국의 정책 근간이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복지국가 대열에 합류하기도 전에 피곤증에 허덕이고 있다. 국민소득 1,000달러 시절에 도달한 1977년에 제기된 복지확대론은 5,000달러 시대로 미뤄진 후 1만달러, 2만달러, 3만달러 시대로 연기를 거듭 중이다. 성장론에 밀려 지금도 공염불이다. 통계를 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29개국 중 복지지출(2001년 기준)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순위 28위는 멕시코(11.8%). 한국은 6.1%다. 좀처럼 벗어나기 어려운 꼴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