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9 총선이 종반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정책 또는 이슈 대결 없이 맥 빠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지역에 마땅한 인물을 선택하기 위한 기준을 갖지 못한 부동층 유권자를 양산할 뿐만 아니라 유권자의 선거 무관심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총선 결과가 민심을 왜곡할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민주적인 선거의 의미를 살리고 정당정치를 발전시키기 위한 선거제도 개편의 필요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 이슈 없고 정책대결 실종
이번 총선의 큰 특징이라면 정당 공천으로 각 정당이 갈등을 겪으면서 무소속 돌풍이 일고 있는 점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후광을 노린 ‘박근혜 마케팅’을 비롯한 인물 마케팅이 활발하게 전개된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정책과 이슈의 실종이다. 특히 각 정당의 총선 공약(公約)이 뜸을 들이다가 후보 등록 직전에 발표된데다 내용의 대부분이 실현 가능성이 낮은 선심성 ‘공약(空約)’으로 채워졌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선거 이슈도 ‘국정 안정론’과 ‘거여 견제론’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별다른 쟁점이 부각되지 않고 있다. 야권에서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선거 쟁점으로 삼기 위해 공세를 펴고 있지만 여권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북측이 개성공단 내 남측 직원들의 철수를 요구하고 미사일 발사 실험을 강행하는 등 ‘북한변수’도 총선 이슈로 관심을 끌지 못했다.
더구나 이날부터 여론조사 결과 공표까지 금지돼 유권자들이 막판 표심을 결정하는 데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거물급 정치인 간의 맞대결로 그나마 선거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 정당보다 인물 중심의 선거
정책ㆍ이슈가 사라지면서 전선과 구도가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선거 국면이 정당보다는 인물 중심의 대결로 흐르고 있다.
야당의 대통령 탄핵에 역풍이 불면서 정당 간에 첨예한 대립구도가 짜여 유권자들이 인물에 우선해 정당을 선택한 2004년 총선과는 완전이 다르다. 이번 총선에서의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수도권의 경우 정당 지지율과 후보 지지율이 역전되는 이상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민기획 대표는 “승자독식주의에 바탕한 소선거구제와 다당제를 전제로 하는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양당제를 기반으로 하는 대통령제와 맞지 않아 선거 때 정당 간 정책 또는 이슈 대결이 묻힌다”며 “선거법 개정 등 제도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