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국은행의 국내법인 설립을 허용한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유치 실적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2004년말 은행업 예비인가 신청을 제출한 한 외국은행도 1년이 넘도록 인가를 받지 못하고 있어 정부가 추진중인 '동북아 금융허브'가 헛구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금융계에 따르면 이란 멜라트 은행은 지난 2004년 12월 현 서울지점을 한국본점으로 전환하기 위해 은행업 예비인가 신청서를 금융감독위원회에 제출했으나 지금까지 인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당시 우리 외교통상부와 이란 외교부가 체결한 양해각서(MOU)로 인해 멜라트은행이 충분히 준비를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설립을 추진하면서 관련 서류 등 국내 금융감독 절차에 빨리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후 은행측이 서류를 수차례 보완했으나 1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서류 심사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태여서 올해안에 설립이 가능할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이에 대해 멜라트은행측은 현지법인화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국 진출에 적극 나섰지만 한국 금융시장의 진입장벽이 너무 높아 어려움을 겪고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은행 관계자는 "런던 현지법인을 설립할 때는 6개월도 걸리지 않은 것으로 알고있다"며 "영국, 싱가포르 등 금융강국들이 원칙적 자유, 예외적 규제를 의미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반대인 포지티브 시스템이어서 장애물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지법인화가 되면 한국의 시중은행과 같은 금융규제를 받게 돼 우리로서는 유리할 것이 별로 없다"며 "그러나 한국 입장에서는 엄청난 외화유치의 기회인데도 인가에 애를 먹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측은 국내 은행법에 대한 멜라트은행의 이해도가 떨어져 서류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수차례 서류 보완을 요청했으나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에도 추가 보완을 요청했기 때문에 언제 인가가 날지 장담하기 힘든 상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외국계 은행의 국내지점 설립에 필요한 최소자본금이 30억원인데 비해 현지법인 설립에는 1천억원이 요구돼 차이가 크고 관련 규제도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국제적인 기준과 비교해도 많은 편"이라고 인정했다.
한편 금융감독위원회가 지난 2004년 7월 외국 금융사의 국내진출을 적극 유도한다는 취지로 외국 금융사의 국내은행 설립인가 기준을 마련했으나 지금까지 인가 신청을 한 곳은 멜라트 은행이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