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국의 베이비부머 황금연못을 찾아나서다] 3부. 국가가 노인들 생각해줍니까 <1> 창업은 제3의 인생

"은퇴전 전문성·취미 살려 일주일 중 이틀은 사업준비에 써라"<br>40대 초반부터 철저 대비 계획서 만들고 자격증 취득<br>"대박보다 안정적 수익이 중요"<br>창업 리스크 부담스럽다면 눈높이 낮춰 재취업에 도전을

남편이 은퇴한 뒤 함께할 사업거리를 찾던 정혜선(52)씨는 자신의 취미를 살려 다육식물을 길러 판매하는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 4월 창업한 정씨가 다육식물을 돌보고 있다. /서동철기자



성기홍(53)ㆍ정혜선(52)씨 부부는 지난 4월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에서 다육식물을 길러 판매하는 을 '백송다육'을 창업했다. 1999년 회사를 그만둔 정씨는 취미생활로 다육식물을 키워왔다. 10년 가까이 다육식물을 수집하고 키우면서 갖게 된 지식은 웬만한 전문가 뺨칠 정도. 지난해 연말부터는 이런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 '꽃보다 이쁜 다육이'라는 카페도 운영하고 있다. 그녀는 남편 성씨가 30여년간 근무하던 대기업에서 은퇴하고 함께할 사업을 찾다가 창업을 택하게 됐다. 정씨는 "단순히 취미가 아니라 본격적으로 사업을 하려면 사회 경험이 많은 남편의 도움이 필요했다"며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해가면서 사업을 운영하기로 결심하고 창업했다"고 말했다. 2003년 회사를 퇴직한 뒤 귀농생활을 하던 박완순(56)씨는 얼마 전 '팜스클럽'을 창업했다. 팜스클럽은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새만금과 변산반도 국립공원의 경치를 즐기며 관광하는 동시에 지역주민과 농수산물 직거래 및 농촌관광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업이다. 박씨는 "귀농생활을 하면서 느낀 애로사항을 밑거름 삼아 수익을 올리면서 농촌사람들과 도시사람들이 어울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이 같은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직장에서 은퇴한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들이 재취업하기는 현실적인 장벽이 높다. 연령을 기준으로 채용하고 역량에 맞지 않게 직무를 할당하는데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구조조정 대상에 오르는 사회 분위기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에는 노동시장의 차별이 존재하지만 창업에는 이 같은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은퇴한 시니어들이 창업에 나서는 것은 소득창출과 근로기간의 연장을 지속하게 하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나 국가에도 가치가 매우 높다. 하지만 자본도 넉넉하지 않고 자신감이 부족한데다 새로운 분야에 대한 두려움까지 겹치면서 베이미부머들은 선뜻 창업에 나서지를 못한다. 특히 20~30대는 사업에 실패하더라도 재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만 은퇴 자금으로 창업에 나선 시니어들이 사업에 실패할 경우 현실적으로 재기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는 한국창업경영연구소가 57~63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도 여실히 나타났다. 창업을 망설이는 이유로는 자본부족(38.0%)이 1순위로 꼽히고 경험부족(25.4%), 실패에 대한 두려움(24.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창업할 경우 성공에 대한 자신감도 결여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응답은 전체 응답자의 39.2%에 불과할 정도다. 자신감을 갖고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은퇴에 앞서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틈틈이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김경석 한국코칭연구원 원장은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제2의 인생을 어떻게 살지 설계를 해야 한다"며 "회사생활에만 100% 올인하면서 다른 준비를 하지 않으면 55세에 회사에서 퇴직하고 할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어 "일주일 중 닷새는 근무하고 이틀 쉬는 날에는 자기 스스로 미래에 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면서 "40대 초반에 시작해 특정 분야에 취미생활을 갖거나 꾸준히 관련 자격증을 딴다면 은퇴할 시점에는 전문가가 돼 있어 그 분야에서 창업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사업에 나설 경우 철저한 계획 아래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정훈 창업경영연구소 상무는 "창업하기 전에 사업계획서를 쓰는 사람이 15%에 불과할 정도로 '주변에서 잘되니까 나도 해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주먹구구식 창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업계획서를 쓰면서 철저한 시장조사와 소비자 접근 전략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 상무는 이어 "자신이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데 단순히 좋아한다는 이유로 관련 분야의 창업에 뛰어드는 경우도 많다"며 "잘할 수 있는 분야에 뛰어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특히 대박이 나는 아이템보다 안정적으로 지속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분야의 아이템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업 리스크가 부담스럽다면 취업을 노려볼 만하다. 재취업의 장벽이 높다고는 하지만 눈높이만 낮춘다면 노년층의 취업이 어렵지만은 않다. 실제로 노인 취업자 수는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현재 60세 이상 노인 취업자는 297만2,000명에 이른다. 고용률은 39.1%로 노인 5명 중 2명이 일하는 셈이다. 저출산ㆍ고령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년층 비중이 높아진데다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취업전문가들은 은퇴 이후 재취업을 원한다면 은퇴 이전에 일하던 곳보다 눈을 낮춰 취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과거 경험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를 원한다면 은퇴 이전부터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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