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국채 투기바람 분다

이라크 전쟁이 끝났는데도 불구하고, 뉴욕 금융시장에서 때아닌 미국 국채(TB) 시장에 투기 바람이 불고 있다. 오는 2013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10년물 TB 수익률은 45년만에 최저로 떨어지고, 갑자기 TB 시장에 대량의 자금이 몰려오는 바람에 일종의 패닉 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가장 안전한 금융상품으로 알려진 TB는 전쟁과 불황 시에 자금의 피난처로 활용되고 있는데, 최근의 TB 가격 급등은 지난 6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경고했기 때문이다. 14일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만기 TB 가격은 액면가 1,000 달러당 7.5달러 폭등하고, 수익률은 1958년 이래 가장 낮은 3.51%를 기록했다. 이날 TB 폭등은 4월 소매판매가 전월대비 0.1% 하락, 전쟁 후에도 소비 부진이 지속돼 미국 경제 하강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TB 가운데서도 만기 10년 이상의 장기채를 선호하는데, TB 10년물은 지난 6일 이후 7영업일만에 무려 0.33% 급락했다. FRB가 디플레이션을 예방하기 위해 시장 조작수단으로 장기채를 매입, 금리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댈러스 FRB의 로버트 맥티어 총재는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장기채를 살 수 있지만, 당장은 아니다”며 그 가능성을 시사하자, 투자자들이 더욱 10년물에 몰렸다. 뉴욕 월가에서는 주가 상승기에 채권을 팔아서 주식을 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주가가 오를 경우 TB 가격이 하락하는 게 일반적 현상이다. 하지만 최근엔 주식시장이 안정적으로 상승한 가운데 채권 가격이 급등하는 이상 현상이 벌어지고 있으며, 이는 아시아 위기로 해외자금이 뉴욕 채권시장에 몰리던 지난 98년 이후 5년만의 일이다. 최근 미국 국채시장에서 매집에 나서고 있는 세력은 대형 투자회사, 헤지펀드는 물론 각국 중앙은행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각국 중앙은행은 보유 달러를 TB에 묻어두고 있는데, 중앙은행들도 미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믿고 투기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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