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월가 리포트] 주식 vs 채권 vs 원자재… 월가 거물 최후 승자는 누구

불확실성 증폭에 전망 제각각<br>투자결과 따라 운명 갈릴 듯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 회장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

빌 그로스 핌코 CIO

존 폴슨 폴슨&Co. 대표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우량 상장기업 주식투자 지속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 회장, 주가 떨어질 것… 풋옵션 비중 확대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 원자재 보유 유망… 슈퍼사이클 안 끝나
빌 그로스 핌코 CIO, 채권값 하락 제한적… 추가 매입 전략 유효
존 폴슨 폴슨&Co. 대표, 주가 조정 예상… 금도 팔아라


최근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해리슨그룹 조사에 따르면 올 2ㆍ4분기에 미국 내 상위 1% 부자들의 총자산 대비 저축 비율은 37%로 전년 동기보다 3%포인트, 2007년보다는 3배로 늘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조사에 따르더라도 이들 부유층 가운데 보유 중인 '상당한' 규모의 현금을 투자로 돌리겠다는 응답은 16%에 불과했다. 2년 이내에 투자하겠다는 응답도 40%에 그쳤다.


지난 6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 의장이 출구전략 시간표를 제시한 이래 자산 시장이 요동치자 "일단 지켜보자"는 부자들이 늘어난 셈이다. 특히 8월 들어서는 시리아 사태나 신흥국의 금융 위기 우려 등 새로운 악재까지 등장하면서 은행 예금 위주의 보수적인 투자 패턴은 더 가속화하고 있다.

일반 투자가와 달리 마냥 현금을 움켜쥔 채 눈치를 볼 수만도 없는 월가의 거물들은 어떨까. 이들 역시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폭되자 주식, 채권, 원자재 등의 미래에 대해 서로 다른 전망을 내놓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5년만에 자금 시장이 격변기를 맞은 가운데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되느냐에 따라 이들 거물들의 운명도 엇갈릴 것으로 보여 월가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오마하의 현인' vs '헤지펀드의 대부'= 월가의 큰손들이 가장 크게 충돌하는 지점은 주식이다. 지난 29일 83번째 생일을 맞은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는 올 2ㆍ4분기에 제너럴모터스(GM) 등을 대량 매입하며 주식 보유액을 1,000억달러대로 늘렸다. 보유 채권의 3배에 달하는 규모다. 비록 3ㆍ4분기 들어 미 증시가 조정을 거치며 수익률은 저조했지만 개의치 않고 있다.

포브스는 28일 '버핏처럼 투자하기 위한 8가지 방법'이라는 글에서 "성장성 있는 기업에 장기 투자한 채 단기시장 전망에 연연하지 않고 때를 기다리는 버핏의 투자전략은 시대를 초월한 교과서"라고 평가했다.


반면 전설적인 헤지펀드 투자가인 조지 소로스는 주가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는 올 2ㆍ4분기에 S&P500 하락에 베팅하는 풋 옵션 계약을 12억5,000만달러 어치나 사들였다. 소로스펀드에서 S&P 풋포지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13.54%로 전분기의 4.79%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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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폴슨 폴슨앤코 최고투자책임자 등 다른 일부 헤지펀드들도 단기적으로는 주가에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블랙스톤 어드바이저리 파트너스의 바이런 위언 부회장은 "남은 분기 동안 미국 경제 성장률이 2%에 그칠 것"이라며 "주가가 5% 이상의 조정 폭을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채권ㆍ원자재 시대 아직 안 끝났다"= 채권이나 원자재 등 과거 효자 종목이 유망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원자재 투자 전문가인 짐 로저스는 "금, 석유 등 원자재를 보유하고 있다"며 "시리아 전쟁까지 일어나면 원자재 가격은 상승하고 주가는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로저스는 "과거 주가가 40~80%씩 떨어진 적은 있지만 패닉 수준은 아니었다"며 "양적완화가 끝나면 무역적자 규모가 큰 나라들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도 세계 미국 등 세계 증시도 패닉에 빠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끝났다는 주장에 부정적인 유럽계 금융회사 소시에테제네랄(SG)도 28일 "시리아 사태가 악화되면 공급 부족으로 북해산 브렌트유이 현재 배럴당 117.34달러에서 150달러로 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의 빌 그로스 최고투자책임(CIO)의 경우 글로벌 자금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이동하는 '그레이트 로테이션'이 본격화하려면 아직 멀었다며 지속적인 채권 매입을 권유하고 있다. 미 정치권의 예산 전쟁, 시리아 사태 등의 여파로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시기가 늦춰지면서 채권 가격 하락 추세가 제한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채권 이자 정도의 수익을 확보하기도 어려운 시기라는 것이다.

그로스 CIO는 지난 8일 "채권시장은 지금 전쟁 중으로 채권을 끝까지 보유한 투자가가 결국 승리할 것"이라며 "금리가 제로 수준이고 기대 수익률도 낮아지는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채권 보유를 통해 이자수익 확보를 노리는 캐리(carry)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로스가 운용하는 핌코의 토탈리턴펀드는 최근 미 국채 금리 급등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으면서 투자금이 대거 빠져나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 펀드 내 미 국채 비중을 39%로 지난 4월 이후 최대치로 늘리고 회사채 비중도 9%로 전달보다 3%포인트 가량 늘린 상황이다. 이 때문에 손실이 더 발생할 경우 그로스는 말 그대로 '과거의 전설'로 남을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최근 안전자산 선호로 가격이 오르고 있는 금 투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더 많다. 그동안 금 투자를 권유했던 존 폴슨도 이미 2ㆍ4분기에 금 투자 비중을 절반으로 줄였고 소로스는 아예 지분 전량을 처분한 상황이다. 캐피탈이코노믹스의 제시카 힌드스 이코노미스트는 "미 금리가 앞으로 몇년 간 더 오르면 금을 보유하는데 기회비용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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