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맥가이버칼과 스마트폰


'20년 휴대폰 왕국' 노키아가 2년 만에 추락했다는 기사를 흥미롭게 읽은 적이 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던 노키아가 2년 만에 몰락한 것은 애플의 아이폰 출시와 함께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고 자만했기 때문이라고 기사는 분석했다. 필자 역시 일면 공감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해 보인다.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급부상한 산업융합 트렌드에 선제 대응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산업융합 대응 실패한 노키아 바야흐로 융합이 대세다. 애플에 자극을 받은 글로벌 기업들은 융합을 통해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려 앞다퉈 경쟁하고 있다. 산업융합은 우리에게 많은 가능성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성숙기의 주력산업을 신산업구조로 고도화하고 신성장동력 성과 창출의 촉매제로 주목 받고 있다. 특히 중소ㆍ중견기업에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해 최근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과 수출ㆍ내수기업 간 양극화 문제 등의 해결 수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산업융합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지식경제부에서는 지난 5개월여 동안 기준이나 규격 미비 등으로 시장 출시에 애로를 겪고 있는 융합제품 사례를 62건이나 발굴했다. 기업들의 추정치이기는 하지만 이들이 모두 사업화될 경우 오는 2015년에 매출이 39조6,000억원, 일자리가 4만2,000여명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잠재적 경제효과가 사장되고 있다. 더욱이 이들 사례의 대부분을 중소ㆍ중견기업이 개발한 것이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정부는 중소ㆍ중견기업의 융합ㆍ촉진 등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산업융합촉진법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 다행스럽게도 법률 제정에 성공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아 있다. 큰 틀의 그릇만 만들었을 뿐 기업과 국민이 산업융합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그릇 속에 담을 내용물을 만들어가야 할 때다. 지경부에서는 지난달 25일 '산업융합촉진전략'을 발표했다. 우리 기업들의 융합 신제품 개발과 사업화를 촉진하기 위한 현장 맞춤식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 융합 대응역량이 취약한 중소ㆍ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산업융합을 촉진하기 위한 임시 인증 등 정책과제들을 중점 발굴했다. 무엇보다 융합의 대상과 범위에 대한 객관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제품이나 연구개발(R&D) 과제 등의 융합성을 측정하는 지표로서 '산업융합지수'를 개발할 계획이다. 또한 산업과 기술 등 근거리 융합을 넘어 인문학과 예술 등 원거리 융합이 촉진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전문적 지식과 창의적 융합사고 능력을 겸비한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데도 정책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소비자 니즈 정확히 파악해야 학창 시절에 지니고 다녔던 일명 '맥가이버 칼'은 단순하게 칼ㆍ가위 등의 장소적 공존을 구현한 융합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이 하이테크 기술을 바탕으로 전화ㆍPDA 등의 장소적 공존을 구현함으로써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시대를 뛰어넘어 소비자 요구를 정확히 꿰뚫고 융합을 통해 소비자의 니즈를 구현한 공통점이 있다. 정부는 단순한 것에서 하이테크 융합제품에 이르기까지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만 있다면 사업화를 거쳐 시장에 출시될 수 있도록 지원해나갈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나라에서도 맥가이버 칼이나 스마트폰과 같이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혁신적인 융합제품이 나올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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