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계열사 간 내부 거래물량의 개방'과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은 박근혜 정부가 주창하는 창조경제 정책에 적극 화답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 8일 박 대통령의 미국 순방 당시 워싱턴에서 열린 재계 총수들과의 간담회에서 구본무 LG 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이공계 인재 육성' 의지를 거듭 강조한 바 있다. LG는 이번 내부거래 개방과 투자 확대 계획을 통해 새 정부의 창조경제 활성화에 힘을 보태는 한편 미래 신기술 확보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동반성장 R&D 생태계 조성 나선다=LG그룹이 연간 4,000억원에 달하는 계열사 간 내부 거래물량을 외부에 개방하기로 결정한 것은 중소기업에게 새로운 사업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장기적 성장을 돕는 것은 물론 국내 산업계의 건전한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의지의 일환이다. LG 관계자는 "현재 계열사 간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시스템통합(SI)ㆍ광고ㆍ건설 등 3개 분야의 거래물량을 중소기업에 직접 발주하거나 경쟁입찰로 전환하게 되면 보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혜택을 입을 것으로 본다"며 "이를 통해 새로운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LG는 우선 SI 분야에서 올해 그룹 계열사들이 발주할 사업 가운데 2,300억원 규모의 거래를 중소기업 등에 개방할 방침이다. 이 중 50%는 중소기업에 직접 발주하고 나머지 50%는 경쟁입찰을 실시한다. 다만 기존 시스템의 안정성과 보안에 영향을 끼치는 영역은 제외된다.
광고 분야에서는 1,000억원 규모의 거래를 중소기업 등에 개방한다. 보안이 중요한 신제품 및 전략제품을 제외한 광고는 경쟁입찰을 확대하고 전시ㆍ이벤트ㆍ홍보물제작 등의 광고는 중소 광고대행사에 직접 발주를 확대할 계획이다.
건설 분야에서는 보안이 필요한 생산시설과 연구소 등을 제외한 700억원 규모의 거래를 중소 건설업체 등에 개방한다. 특히 이 가운데 100억원 미만의 소규모 공사는 모든 대기업을 배제하고 중소 건설업체에 직접 발주할 방침이다.
◇첨단 융복합 연구 통한 신기술 창조에도 앞장=아울러 LG는 미래 신기술 확보를 위한 R&D 투자 확대에도 앞장 선다. 이에 맞춰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조성 예정인 'LG 사이언스 파크'에 8,000억원을 추가 투자해 최첨단 R&D 기지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2조4,000억원이던 투자비가 3조2,000억원으로 늘면서 연구단지 규모도 기존 13만여㎡에서 추가 부지확보를 통해 17만여㎡로 확대할 방침이다.
입주 계열사 역시 당초 6개사에서 11개사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하면서 R&D 인력도 2만명에서 3만명으로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분양 받은 1차 부지에 들어서는 LG전자ㆍLG디스플레이ㆍLG이노텍ㆍLG화학ㆍLG하우시스ㆍLG생명과학 등 6개사 외에 새로 신청하는 2차 부지에는 LG유플러스 등 5개사의 R&D 부문이 들어선다. LG 사이언스 파크는 내년 중 착공에 들어가 2017년부터 단계별로 준공, 2020년 최종 완공될 계획이다.
LG는 이곳을 융ㆍ복합 시너지 연구와 미래 원천기술 확보의 장으로 삼아 시장선도제품 및 기술을 개발하고 차세대 성장엔진을 발굴하는 첨단 R&D기지로 육성할 방침이다. 특히 LG 사이언스 파크가 조성되면 중소ㆍ벤처기업의 신기술 인큐베이팅 지원 등 공동연구를 확대하고 R&D 컨설팅에도 적극 나섬으로써 동반성장문화를 확산하는 데 더욱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LG는 사이언스 파크를 전자ㆍ화학ㆍ통신 등 산업별 전문 인재가 아닌 모든 업종을 아우르는 융ㆍ복합 R&D인재의 요람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이공계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현장실습 참여와 각 계열사 연구원들의 전문 분야 강의 등을 통해 다방면의 기술을 한곳에서 체험하고 익힐 수 있도록 만들 방침이다.
LG그룹 관계자는 "연초 계획한 투자와 고용을 차질 없이 수행하는 동시에 협력사와 힘을 모아 시장선도를 위한 기반을 조성하고 창조경제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도 적극 기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