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실직으로 닭집 딸이 된 수완(김하늘). 대학 2학년인 그녀는 등록금을 위해 고액과외를 뛴다. 온순하지 못한 성질 때문에 밑으로 거울을 들이밀며 그녀의 치맛속이나 궁금해하는 골칫덩어리들과 신경전으로 일주일을 버티지 못한다. 그러나 “과외 없으면 등록금도 없다”를 외치는 엄마 등쌀에 또 다시 과외전선으로 뛰어든다.
엄마의 친구이기도 한 학부모가 제시한 조건은 “책상 앞에 두 시간씩만 앉아있게 해달라”는 것. 대단한 조건못지않게 만난 학생은 벼락부자집 장남 싸움꾼에 학교 `짱`이다. 거기에 고등학교를 2년 꿇은 전적 화려한 동갑내기 지훈(권상우)이다.
첫 만남부터 반말은 기본이고 수업시간 내내 담배를 피워대며 도중 나가버리기까지 하는 지훈에게 질려버린 수완. 그만 두기에 또 사고 치고 엄마 볼 면목이 없고 어떻게든 기선을 제압하려 두 팔 걷어 붙여 보지만 지훈은 “야! 그냥 두시간 떼우고 가. 돈 주면 되잖아!”며 그녀의 자존심을 건드린다. “그… 그래? 네가 몇 명의 선생을 갈아치웠는지는 모르지만 나도 내 스스로 물러서는 법이 없걸랑”이라며 슬슬 그다지 좋지 못한 성깔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7일 개봉하는 `동갑내기 과외하기`(제작 코리아엔터테인먼트, 배급 CJ엔터테인먼트)는 늙은 남자 고등학생과 같은 나이의 여자 대학생 과외선생과의 만남이 점차 연인사이로 발전하는 모습을 코믹하게 그린 영화다. 영화의 원안은 통신연재물`스와니-동갑내기 과외하기`다. 실제 영문학 전공의 98학번 최수완씨가 자신의 실화를 2000년 6월 나우누리 유머게시판에 20편으로 나누어 올려 편당 1만5,000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던 작품. `엽기적인 그녀`에 이어 통신연재물을 원작으로 한 것이다. 실화를 소재로 시나리오 작가 출신의 김경형 감독이 직접 각색해 장편영화 데뷔한 셈이다.
영화는 등장인물들의 엽기적 캐릭터와 통통튀는 대사, 주연배우들의 자연스런 연기로 2시간 남짓하는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한다. 특히 김하늘은 `물 만난 고기` 마냥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흥행배우로 자리할 듯 하다. 빨간 스쿠터에 빨간 헬멧 쓰고 동네를 누비며 치킨을 배달하는가하면 동갑네기 제자를 좋아한다는 불량소녀들과 눈 부라리며 맞짱을 뜨는가하면, 포르노 스타킹 차림으로 학교 축제에서 막춤을 출 때의 모습은 그동안 보여줬던 청순함은 없다.
<박연우기자 ywpar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