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세상] 농업발전이 되레 숲 생태계엔 재앙

■인간 이력서(볼프 슈나이더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약 46억년에 달한다는 지구의 역사에 견주면 인류의 역사는 찰나의 순간에 불과하다. 피부마저 연약한 인류는 신체적인 약점을 극복하고 쥐, 바퀴벌레, 호랑이, 바이러스 등 오래 전부터 지구에 살았던 존재를 하나씩 몰아내고 마침내 지구의 지배자로 올라섰다.


현대 독일을 대표하는 언론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저자가 200만년의 인류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한다. 지구에 남긴 최초의 가족사진이라 할 수 있는 세렝게티 변두리의 발자국 화석부터 불의 발견, 농업의 발명, 세계 최초의 도시 건설과 제국주의 시대, 산업 혁명과 세계 대전을 거쳐 오늘날 소비 문화 확대에 이르기까지 흐름을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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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거의 성장한 뇌를 지니고 태어나 곧바로 야생에 적응하는 다른 동물과 달리 23%밖에 발달하지 않은 뇌로 세상에 발을 내딛는 인간의 모습 등 독특한 출생과 다양한 장례 의식을 통해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또 실험이라는 명목 아래 동물을 잔인하게 죽이거나 다른 종족을 공격하는 등 파괴적인 면도 골고루 살펴본다. 인류 문명의 위대한 업적으로 칭송 받는 농업의 발전은 오히려 숲의 식물에는 재앙이 됐으며, 인류에게도 대립과 반목의 불씨가 되기도 했다는 등 역발상의 주장을 펴기도 한다.

마지막 장인 8장 '무엇이 우리를 도울 수 있을까'에서는 인류의 미래를 내다보면서 기술과 이성의 힘으로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고 내다본다. 저자는 "수천년 전부터 인간은 모든 난관을 승리로 변화시켜 왔고, 우리가 이런 능력을 잃어버렸다는 조짐은 아직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며 우리에게 닥칠 여러 문제들을 기술과 이성의 힘으로 극복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편다. 1만 7,000원.

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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