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원화강세 고착화 가능성 한미FTA효과 반감 우려

싱가포르·호주달러화 FTA발효후 모두 올라<br>달러화 급속 유입… 원화 절상압력 높아져<br>외환당국도 과거처럼 대규모 개입 힘들듯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이후 원ㆍ달러 환율 하락세(원화 강세)가 고착화되고 있다. FTA로 국가 신인도가 상향 조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힘입어 외국인 투자가들은 연일 국내 증권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는 등 시중에 달러화가 넘쳐나고 있다. 때문에 한미 FTA로 인한 경제효과를 원화 강세가 반감시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미국과 FTA를 체결한 싱가포르와 호주도 환율절상이 지속되면서 관세철폐에 따른 무역수지 효과가 크게 반감된 바 있기 때문이다. FTA 발효에 따른 달러 과잉 현상이 지속될 경우 원화 강세가 추세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고 FTA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 역시 반감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한미 FTA 체결 이후 원화 환율 절상압력 높아져=연초 급락 이후 940원대 중반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던 원ㆍ달러 환율이 한미 FTA 체결 이후 가파르게 급락하고 있다. FTA 체결 직전인 지난 3월30일 달러당 940원90전이던 원화환율은 체결 당일 940원대가 붕괴된 데 이어 지난주에 930원대마저 무너졌다. 16일에는 한때 928원30전까지 하락하다 장 막판 930원대를 겨우 회복했다. 최근 원화 강세에는 엔화를 제외한 아시아 통화가 기본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환율 급락을 이끄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은 한미 FTA 체결에 따른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순매수 때문이다. 4월 들어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사들인 주식은 자그마치 1조7,190억원(16일 현재)에 달한다. 여기에 3월 결산법인 배당액 50억달러 가운데 3분의1만 해외로 송금되고 나머지 30억달러 이상은 국내 재투자를 위해 대기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주 후반 930원대가 깨지자 일었던 외환당국의 개입마저 감지되지 않자 기업들까지 가세해 달러 매물을 내놓고 있다. 일부에서는 역외세력이 FTA를 재료로 적극적인 투기에 나서고 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싱가포르달러화ㆍ호주달러화 FTA 발효 이후 모두 절상돼=한미 FTA가 발효되면 원ㆍ달러 환율 절상압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무역흑자가 늘어나거나 국가 신인도가 높아지는 등 원화 강세 요인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먼저 미국과 FTA를 체결했던 호주나 싱가포르도 환율이 일제히 절상됐다. 3월 말 현재 호주달러(1호주달러=0.7864달러)는 FTA를 맺기 이전인 2004년 말(1호주달러=0.7369달러)보다 5.0% 절상됐으며 싱가포르달러(3월 말 현재 1달러=1.5127싱가포르달러)는 2003년 말보다 12.4% 절상됐다. 무역수지 외에 시장개방에 따른 외국인 직접투자까지 감안하면 절상폭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FTA 체결 이후 대부분의 국가들은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가 급증했다. 멕시코의 경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94년) 이전에 연 27억달러에 불과하던 직접투자 금액이 132억달러 수준으로 크게 늘어났다. 산업연구원은 직접투자 유치 등으로 2억5,000만달러 추가 증가할 것이라고 보수적인 전망을 제시했지만 주식시장을 겨냥한 단기자본에 대한 압력으로 환율변동폭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한 임원은 “한미 FTA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은 환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환율이 조금만 절상돼도 관세인하 효과는 아무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에 중장기 환율대책을 어떻게 세우느냐가 FTA 이후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 ◇외환당국 운신의 폭 갈수록 줄어들 듯=그렇다고 과거처럼 외환당국의 대규모 개입을 기대하기도 힘들어 보인다. 한미 FTA 타결 이전인 지난해에 사이먼 플린트 메릴린치 연구원은 “한미 FTA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이 한국은행의 자유방임적인 시장 접근을 부분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만 해도 외환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자제를 FTA에 빗댄 것이 다소 억지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지만 막상 양국간 협상이 발효된 후에는 한국의 시장개입에 대한 운신의 폭은 더욱 줄어드는 모습이 눈에 띄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외국계 은행의 한 딜러는 “외환당국이 환율을 한 방향으로 끌고 가는 시대는 지났다”며 “FTA 체결 이후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원화 강세’라는 방향을 거스르면서 개입할 명분이 그만큼 줄어든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미 FTA에 원화 강세라는 달갑지 않은 변수가 등장해 외환당국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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