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동강난 기체…화염…마치 전쟁터

15일 중국민항기가 추락한 경남 김해시 신어산 줄기의 사고현장은 세 동강난 기체와 이곳 저곳에 기체로부터 튕겨져 나간 사체와 부상자들로 아비규환을 이뤘다.이날 사고기에는 중국여행 관광객을 비롯해 LG직원 16명 등 대부분 우리 국민과 조선족들이 많아 안타까움을 더했다. ◇사고현장 전쟁터 방불 경남 김해시 지내동 신어산 줄기 물봉산의 중국국제항공공사 CA- 129 항공기 추락현장은 마치 폭격을 맞은 듯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항공기 머리부분과 동체 일부분만이 원형을 유지하고 있을 뿐 다른 기체 부분은 모두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만큼 일그러진 채 흩어져 있었다. 또 검게 그을린 채 항공기 기체 밖으로 튀어나와 온 승객들의 사체와 승객들의 소지품으로 보이는 가방도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사고 당시의 충격을 말해주듯 큰 소나무 200여그루가 넘어졌고, 항공기 잔해 곳곳에서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사고현장의 지세가 험해 구조에 애로가 컸다. 사고 현장에는 군인과 소방관, 경찰 1,500여명이 투입돼 생존자 구조 및 진화 등 수습작업을 벌였지만 현장 접근이 어려워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소방관들과 경찰관들은 우선 '들것'을 이용하거나 부축해 피를 흘리는 부상자와 사체수송에 나서 경남 김해시 성모병원과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 그러나 탑승자 사체들이 산 전상 전체에 걸쳐 흩어져 있어 수색에 애를 먹었다. 구사일생으로 구조돼 김해 성모병원에 입원한 조선족 김문학(35ㆍ중국 길림성 거주)씨는 "기내에서 곧 착륙하니 안전벨트를 하라는 안내방송이 있은 직후 기체가 급강하했다"면서 "바닥에 굉음과 함께 추락한 후 안전벨트를 풀고 밖으로 나왔는데 밖에는 연기가 자욱하고 불길이 치솟았다"고 말했다. 대형사고에도 불구하고 탑승자와 기장ㆍ승무원 등 총 166명중 40여명이 생존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상을 입고 경남 김해시 성모병원으로 후송된 박선철(35)씨는 8A좌석에, 김문학(35)씨는 7A좌석에 탑승하는 등 생존자들 모두 조종석 뒤편 좌석에 앉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원인과 대책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사고 여객기는 김해공항 활주로에 착륙을 위해 접근하다 관제탑으로부터 "기상이 나쁘니 선회하라"는 통보를 받고 선회하다 추락했다. 사고원인과 관련, 김종희 건교부 수송정책실장은 "김해공항 활주로의 바람이 착륙 비행기의 뒤쪽에서 불어 비행기에 활주로 옆으로 지나쳐 맞바람을 받으며 착륙하도록 지시했다"며 "규정상 활주로(3.2km)를 2.7km 지나친 지점에서 기수를 돌려 착륙해야 하지만 무슨 일인지 비행기가 4.5km를 지나쳐 신어산 줄기 해발 237m의 물봉산에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기상악화에 따른 조종사의 실수가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기체결함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사고당시 기상상태는 남서풍이 7노트로 불고 시정거리는 3,200m였다. 사고원인을 조사중인 부산지방항공청과 경찰은 동체 머리부분 탑승 승객들의 생존률이 높고, 사고현장의 조종석 잔해가 다른 기체 잔해와 비교해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미뤄 사고당시 항공기 꼬리부분이 먼저 충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김해공항 항공기 관제를 담당하고 있는 공군 제5전술비행단은 이날 오전 11시 20분께 중국 민항기로부터 착륙요청을 받고 당시 기상을 살핀 결과 착륙제한치를 밑돌아 착륙허가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군은 이날 바람방향이 바다쪽에서 육지쪽으로 불어 사고 비행기가 착륙지점을 잡기 위해 활주로 서쪽을 이용, 신어산으로 선회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부산지방항공청과 공군 관계자는 "사고 항공기가 신어산에 추락한 것으로 미뤄 선회지점을 잘못 잡아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건설교통부는 임인택 장관을 본부장으로 한 중앙사고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사고수습에 나섰다. 임 장관과 함대영 항공국장은 사고직후 현지 조사반장으로 현장에 급파됐다. 외교통상부도 건교부 산하 중앙사고대책본부와는 별도로 김경근 외교부 영사국장을 반장으로 대책반을 구성,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하며 중국측과 사고현황 파악 및 수습에 나섰다. 경상남도와 부산시도 사고대책반을 구성하고 수습대책에 나섰다. ◇추락기종과 항공사는 사고가 난 중국 국제항공은 남방항공, 동방항공과 함께 중국을 대표하는 3대 항공사중 하나. 우리나라에는 베이징-인천 주 14회, 칭다오(靑島)-인천 주 7회, 베이징- 부산 주6회, 칭다오-부산 주 3회, 칭다오-대구 주 2회 운항하고 있다. 사고가 난 부산-베이징 노선은 96년 4월 25일부터 운항을 시작했고 현재 금요일을 제외한 주 6회 운항중이다. 항공사측은 지난 3일 건교부로부터 기종 변경허가를 얻어 월요일에 한해 B737기종을 B767로 바꿨다. 사고 여객기는 국내 항공업계엔 도입되지 않았지만 전세계 항공사에 240여대가 공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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