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유시민 의원께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대학 4학년 즈음으로 기억합니다. 유시민 의원의 이름 석 자를 머릿속에 새겨넣은 것이 말이죠. 바로 유 의원께서 지난 85년 대학생 신분으로 직접 작성했다는 항소이유서를 통해서 입니다. 지금도 유 의원을 설명할 때면 꼬리표처럼, 하나의 상징처럼 회자되는 그 항소이유서를 보고서 감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비슷한 또래의 나이에 어쩌면 그리 유려하면서도 논리 정연한 글을 쓸 수 있을까 그저 부러울 따름이었습니다. 아울러 글 속에 담긴 열정 또한 배우고 싶었습니다. 기자로서 사회에 발을 내딛은 후 가까이서 유 의원을 뵐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논리 정연함과 날카로운 시선은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었습니다. 허나 오늘은 좀 실망했다는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오전 상임중앙위원회 자리였지요. 유 의원께서는 작심한 듯 거친 비난으로 포문을 여셨습니다. 유 의원께서는 한나라당을 향해 “당명을 고치려는 생각을 했다는데 ‘민정당’이나 ‘유신당’으로 바꿔라”며 비꼬았습니다. 강정구 교수 발언 파문과 관련, 한나라당이 연일 색깔공세를 벌이고 있다는 판단이시겠지요. 또 이런 말씀도 하셨습니다. “조선ㆍ동아는 독극물에 가까우니 당사와 국회 원내대표실 주변에 정신건강을 해치는 신문들이 돌아다니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번 강정구 교수 파문에 대해 유 의원뿐만 아니라 열린우리당은 ‘관용’의 정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강 교수의 발언 내용에 동의하진 않지만 인신구속을 하는 것은 헌법정신에 위배되기 때문이란 주장입니다.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굳이 볼테르의 경구를 인용할 것 없이 유 의원께서도 ‘불관용’을 민주주의 최대의 적이라고 지적하셨으니까요. 그런데 어찌 한나라당과 조선, 동아에게는 ‘관용’을 베풀지 않는 건지. 앞서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과 관련해서도 한나라당이 극복되지 않는 한 더불어 가야 한다는 말씀을 하신 건 바로 유 의원 자신이었습니다. 조선일보나 동아일보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드는데 어찌 여기시는지. 한나라당, 조선ㆍ동아일보 입장에 동의하지 않아도 유 의원 주장처럼 매도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입니다. 이는 강 교수 경우와 같지 않을까요. ‘불관용’의 부메랑이 유 의원께 향하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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