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의 검찰 수사결과를 요약하면 부산저축은행그룹은 총 자산 9조9,000억원대의 국내 1위 저축은행의 외형을 갖췄지만 실제는 120개의 차명 특수목적법인(SPC)을 거느린 전국 최대규모의 건설 시행사나 마찬가지였다.
박연호 회장 등 부산저축은행그룹 임직원들은 저축은행 본연의 기능은 외면하고 투기성 부동산 개발사업에 혈안이 됐으며 SPC사업이 실패해 은행이 부실덩어리로 전락하자 회계 장부를 조작하는 분식회계까지 서슴지 않았다.
검찰은 이 같은 불법행위가 금융감독원 출신 감사들의 적극적인 비호 속에 저질러진 것으로 보고 이들의 불법 관여 및 정관계 로비 등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서민 금융기관' 가면 쓰고 '대주주 부동산 투기'에 혈안=부산저축은행그룹의 불법 행위는 비리 백화점의 전형 그대로였다. 박 회장 등 대주주와 임원은 중소기업과 서민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본연의 임무는 망각한 채 금융기관에 금지된 ▦아파트∙도시개발사업 ▦납골당 ▦골프장 ▦실버타운 ▦운전학원 등의 사업에 사실상 '올인'했다.
현행 법규로는 저축은행이 SPC를 설립할 수 없기 때문에 저축은행 관계자 명의로 SPC를 만든 후 이들 껍데기회사에 4조5,942억여원을 쏟아부었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의 5개 계열사 여신 총액은 7조원 수준. 부산저축은행은 이 가운데 5조3,400억원가량을 SPC와 대주주 등에게 대출했고 실제 일반인에게 대출한 금액은 1조6,600억원에 불과했다.
더구나 부산저축은행 그룹은 차명 회사들의 불법을 감추기 위해 120개의 SPC 임원들에게 50~200만원의 월급을 지급하고 4대 보험료를 납부하는 등 연간 130억~150억원을 유지비로 썼다. 부동산 개발사업에 전문성이 없던 이들은 전체 사업의 17.5%인 21개 사업장에서만 인허가에 성공해 시공에 들어갔고 나머지 99개 사업은 사업 자체가 사실상 정지돼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대주주와 임원은 이를 감추기 위해 장부를 분식회계로 치장했다. 부산저축은행그룹 5개 은행은 지난 2009년 6월 결산에서 1조1,000억원, 2010년 6월 결산에서 1조3,000억원 등 모두 2조4,000억원을 분식회계해 자기자본비율을 8% 이상으로 조작했다. 장부상 흑자를 이유로 박 회장 등 대주주 경영진은 6년간 329억원의 배당금과 191억원의 연봉∙상여금까지 챙겼다. 이렇게 우량 저축은행으로 둔갑한 회사는 예금을 유치하고 후순위채권을 판매했으며 지난해 1,000억원 유상증자까지 실시했다.
◇앞으로 수사는 '부실 감독' 및 '불법 로비대상'에 초점=검찰은 이 같은 수조원대의 비리가 금감원 퇴직 전관을 이용한 눈가림에 의해 이뤄졌다고 파악하고 있다. 상호저축은행법은 자산 3,000억원 이상의 은행에 대해 반드시 회계∙재무 전문가를 감사위원회에 두도록 하는 등 감사가 대주주와 임원의 전횡과 불법을 막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금감원 출신 부산저축은행그룹 감사들은 불법을 막기는커녕 사실상 불법 여신 집행에 적극 가담하거나 분식회계에 공모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 수사의 초점은 이들의 불법 로비 역할 여부와 로비대상에 쏠려있다. 일부 감사위원들은 부산저축은행이 SPC를 직접 경영하면서 부동산 개발사업에 뛰어든 것을 알고 있었다고 시인한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