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공공기관장 평가에서 ‘미흡’ 판정을 받아 해임 건의된 인사들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정권에 충성했던 이른바 ‘낙하산 인사’부터 지난 정권 인사까지 스펙트럼이 예상보다 넓다. 그러나 해임 건의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특정 인물 ‘찍어내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언론 등에 가장 많이 회자됐던 인물로는 강한섭(51)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을 꼽을 수 있다. 서울예대 영화과 교수 출신으로 지난 2008년 5월 당시 안정숙 전 위원장이 중도 사퇴한 뒤 위원장에 임명됐다. 취임 이후 “한국영화계가 대공황에 빠졌다” “영화산업은 나눠먹기식 독과점 체제”라는 말 등으로 영화계 인사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샀고 내부에서도 의사결정 방식이 독단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평가단 측은 “영진위는 유일하게 정원감축을 완료하지 못했고 노사관계 측면에서도 점수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강 위원장은 명단이 흘러나온 19일 오전 “아직은 할 말이 없다”고 말한 뒤 오후 내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영진위의 한 관계자는 “지금 영진위는 그 어느 때보다 분쟁에 휘말려 있는 게 사실”이라며 “위원장이 퇴출되는 것은 곧 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이기도 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효성(59) 한국산재의료원 이사장은 산하병원인 동해병원장 출신으로 지난해 8월 임명됐다. 산재의료원 출범 이후 최초의 의사 출신 이사장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취임 당시 산재요양기관 당연지정제를 두고 이른바 ‘빅4’ 대형 병원과 갈등을 겪기는 했지만 이후 별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정 이사장은 해임건의 결과에 대해 “당장 멍하기만 할 뿐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산재의료원은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라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6개월 안에 근로복지공단에 흡수될 예정이다. 박명희(61) 한국소비자원 원장은 이번 퇴출인사 중 유일하게 참여정부 시절(2007년) 임명됐다. 동국대 가정교육학과 교수,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 출신으로 소비자원장에 임명된 최초의 비정부기구(NGO) 출신 인사다. 박 원장은 “학교에서는 성적이 나쁘면 어필할 수도 있는데 (정부에는) 없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해임 건의에 대해) 정치적 이유가 개입됐다고 보지는 않는다. 신명을 바쳐 일했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고 학교로 돌아가 연구ㆍ교육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김동흔(56) 한국청소년수련원 이사장은 이른바 ‘친MB 시민단체’ 출신 인사다. 참여정부 시절 수도분할반대범국민운동본부 사무총장을 지내면서 행정수도 이전 반대운동에 적극 나섰고 이후 정치개혁시민연합 대표로 이명박 후보 지지선언에 적극 나섰다. 총선 당시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뒤 4개월 만에 공공기관장에 임명되며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