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정만 특별기고] 흡연만이 이혼사유된다

『못살겠다. 갈라서자』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해로를 약속하고 맺은 부부의 인연을 「법적으로 되돌리는」 이혼의 빈도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혼사유 또한 다양해 예전같으면 그저 가슴앓이로 끝냈을 법한 가정불화가 이제는 당당히 가정법원의 도마위에 올려지고 있다. 그 가운데 우리의 눈길을 끄는 몇몇 사례들이 있으니 내로라하는 골초연맹의 동지들(?)은 자못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이달초 서울고등법원은 성적결함을 숨기고 결혼한 남편에 대해 「아내에게 위자료 1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남편이 정상적인 성관계가 불가능한 것을 알면서도 이 사실을 숨기고 결혼한 것은 불법행위이며 이로인해 부부생활에 본질적으로 수반되는 정상적인 성행활을 기대한 아내에게 엄청난 정신적 손해를 입힌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해에도 남편의 발기부전을 이유로 아내가 청구한 이혼소송이 받아들여진 바 있다. 이때 재판부는 「남편이 자신의 성적장애로 상심한 아내를 위해 장애극복 의지를 보이지 않아 부부간의 애정을 상실하게 만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사실 이 두 판결외에도 남편의 성적장애를 사유로 아내가 청구한 이혼소송이 받아들여진 사례가 많으며 남편에게 거액의 위자료 지급을 명령한 예도 적지않다. 돈은 잘 버지만 침대 위에선 영 무능력한 남편에게 아내가 부부싸움을 할 때면 「밥만 먹고 사느냐」고 따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과연 법마저도 『그럴 수 없다』고 인정한 셈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법원은 남편의 경제적 무능력을 원인으로 아내가 낸 이혼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이쯤 되면 부부관계에 있어 「밥」보다는 성(性)이 우선한다고 해석할 수 있을까 싶다. 담배에는 4,000여종의 화학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일론에서 플라스틱까지 화학산업의 기반인 석유조차도 1,700종류의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을 뿐이다. 이토록 다양한 담배의 성분중에는 니코틴과 일산화탄소 등 「남성 발전소」를 좀먹는 유해물질이 포함되어 있기에 흡연은 성기능 장애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특히 니코틴은 혈관을 좁게 하고 음경해면체 조직의 근육을 수축시켜 발기에 필요한 혈류의 흐름을 방해한다. 이로 인해 발기강직도가 떨어지고 발기 지속시간도 짧아질 수 있다. 반복되는 과도한 흡연이 발기부전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이렇듯 흡연이 남성 성기능장애와 어떤 연관성을 갖고 있지 않느냐는 연구는 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성기능장애 가운데 골초가 가장 많다는 데서 시작되었다. 실제로 발기부전 환자의 70%가 골초이며 흡연자가 발기부전증에 걸릴 확률이 37%나 된다는 보고도 있다. 비록 담배가 이혼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흡연으로 인해 남성의 핵심기능이 부실해진다면 아내로부터 「소박맞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물론 담배를 많이 피워 남편의 성적 능력이 저하되었다며 이혼소송을 해봤자 단지 그 이유만으로 아내의 손을 들어줄 리는 없다. 그러나 성이 부부관계의 근간인 만큼 흡연을 통해 발기부전의 위험에 더욱 노출되었다면 그것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 또한 흡연자의 몫임에 분명하다.(02)540_3921【준남성클리닉원장】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