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6월 29일] K리그 꽃피워야 월드컵도 여문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16강전에서 한국이 우루과이에 패한 밤이 지나고 지난 27일 아침 출근길에 올랐다. 지난 3주 동안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월드컵의 여운은 곳곳에 남아 있었다. 한무리의 학생들은 붉은 옷을 입고 거리를 거닐었고 지하철 옆 좌석의 중년 부부는 축구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하지만 지하철에서 마주친 젊은 여성 2명에게서 들은 얘기는 정신이 번쩍 들게 했다. "월드컵 끝났네. 이제 프로야구나 보러 가자"는 한 친구의 말에 다른 친구가 맞장구를 친 것이다. 마치 꿈에서 현실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월드컵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전국민의 축구 사랑은 그때뿐이다. 태극마크를 달고 뛰던 선수들 상당수가 뛰는 프로축구 K리그는 희한하게도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한다. K리그는 지난해 최악의 해를 보냈다. 삼성전자가 프로스포츠 후원을 중단하면서 메인 스폰서도 없이 리그를 펼쳤다. 당시 CJ라는 공식 후원사를 유치한 프로야구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프로축구는 지난해 총관중 수도 2008년보다 줄어든 281만여명에 그쳤다. 지난해 600만 관중에 육박하며 흥행가도를 달린 프로야구나 수십만명이 밤잠을 설치며 응원하는 월드컵은 남의 나라 얘기다.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 포항의 한 관계자는 얼마 전 기자와 만나 이런 얘기를 했다. 한국에서 치르는 경기의 관중이 워낙 적으니 AFC가 한국에 배당한 출전권을 4장에서 3장으로 줄이고 다른 나라에 쿼터를 배당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물론 흥행이 안 돼서 하는 푸념일 뿐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는 어렵겠지만 해외에서도 일본ㆍ중국에 비해 국내 프로축구단의 인기가 낮다는 점을 우려하는 데서 나온 말이다. 한국 축구는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신화를 달성했다. 4년 후 브라질월드컵에는 세계 8강 진입이라는 새로운 꿈을 꿀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대표 후보군의 인재풀인 K리그에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이운재가 떠난 자리를 정성룡이 대체했듯 박지성ㆍ이영표를 대신할 '젊은 피'도 결국 K리그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꿈을 키울 씨앗도 뿌려야 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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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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