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빈곤아동 위한 제도 마련해야

소정열 <전국지역아동센터공부방協 사무국장>

최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전체 아동의 69.0%가 방과 후 사설학원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방과 후에 아동들이 사설학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비율을 가구소득 수준별로 조사했을 때 99만원 이하가 40.4%, 125만원 이하 41.7%, 225만원 이하 71.2%, 325만원 이하 78.4%로 각각 나타났다. 물론 사교육시장 교육의 질과 아동의 권리를 논하면 위의 숫자는 허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동이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가 부모의 경제적인 능력에 따라 좌우된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부모의 빈곤으로 인해 아동의 교육기회가 원천 봉쇄되고 이후 삶의 질이 결정돼버리는 현실은 우리 사회의 큰 비극이다. 심지어 계속되는 가난의 대물림을 막아보고자 부모들이 자녀와 동반 자살함으로써 극단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불행한 세대가 늘고 있다. 이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바로 여기 우리 대한민국의 이야기이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아동 10명당 1명이 빈곤아동으로 분류되는, 즉 아동의 빈곤율이 9.8%에 달하는 현실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더욱 많은 빈곤층이 형성되고 빈곤가정의 아동들은 가정에서 적절한 보호와 양육을 받지 못하고 방치돼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 사회와 국가는 부실한 제도와 인프라의 절대적인 부족으로 인해 내일의 희망인 아동들이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보호받으면서 성장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고 있고 심지어는 방임ㆍ방치ㆍ학대하고 있다. 또한 부모들은 경제적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사교육시장에 아동들을 맡김으로써 아동 스스로 자기 삶을 결정하고 주체적인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버리기도 한다. 그동안은 본 협의회(www.jckh.org)처럼 의식 있고 자발적인 활동가들이 헌신과 희생으로 아동을 보호해왔으나 그들의 힘에 의존하기에는 더 이상 역부족이다. 부디 국가와 사회는 경제적 빈곤뿐만 아니라 정서적ㆍ심리적으로 보호가 필요한 아동들이 제대로 교육받고 자라나서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필요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예산을 투입하는 일을 더 이상 지체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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