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헬스&굿라이프] 쾌적한 노후.. 유료복지시설 이용해볼만

「인생의 황혼기 당당하게 산다」노인을 연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뭘까. 당신이 젊다면 은퇴, 어두움, 보호받아야 할 대상, 칙칙함 쯤이 아닐까? 효도가 아름다운 미풍양속으로 추앙받는 현실과는 달리 현실의 노인들 삶은 이러한 이미지만큼이나 고통스런 수준으로 방치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조용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곳은 유료 노인복지시설들.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했던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뀐 이후 유료 복지시설(유료 양로원)은 현재 전국에서 16곳이 운영중이다. 지금 한창 건립중인 곳도 다수.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한 요양원은 4곳, 노인주택이 1곳 운영중이다. 유료 복지시설과 요양원은 분양이 불가능한 임대방식인데 비해 노인주택은 분양을 받아 재산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러한 시설들은 전통적인 효도의식이 반영된 「부양시설」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당당한 영리기관이다. 이곳에서 거주하는 사람들도 「자기 돈 낼만큼 내고」 서비스를 받고 있다. 지난해 9월 신당동에 오픈한 서울시니어스 타워의 입주 보증금은 15평규모가 1억3,600만원, 23평규모가 2억400만원, 30평규모가 2억7,200만원이고 여기에 월이용료가 1인기준 33만원, 2인은 55만원이다. 당장 서민들로선 부담이 될만한 금액이다. 여기에다 유료 복지시설에 입주를 원하는 사람은 행동거지에 불편이 없고 세탁기를 돌리는 간단한 빨래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입주할만큼 이곳의 생활이 매력 있을까. 『서로 마음 맞는 사람끼리 사귀고 어울려 살 수 있어 왜 진작 이곳에 들어오지 않았는지 후회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시니어스타워에 친구들 셋과 같이 입주했다는 한 할머니의 첫마디다. 『어느 효자도 이러한 서비스는 하지 못할것』이라고 또다른 할머니는 말한다. 이 할머니는 약간의 고혈압기운이 있다. 때문에 하루를 산책으로 시작한다. 산책이 끝나고 이 건물 3층에 있는 대식당에서 아침식사가 이어진다. 이곳의 식사수준은 호텔급이다. 주방장은 호텔요리사 출신. 요리는 영양사의 그룹별 식단에 따라 제공된다. 이곳을 운영하는 송도병원이 소유한 강원도 인제의 농장에서 재배한 신선한 채소도 자랑거리다. 식사가 끝나면 각자의 취미활동이 이어진다. 『노인들의 가장 큰 문제는 고독감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취미활동프로그램을 마련해 운영중입니다』 시니어스타워 오덕만 총무부장의 말처럼 낮시간동안 종이접기, 음악감상, 서예, 생활체조 등을 즐길 수 있다. 어느 프로그램에 참가할지는 자유. 저녁식사가 끝나면 3층의 가라오케바에서 여흥을 즐길 수도 있다. 이외에 이미용실, 오디오·비디오실, 수영장, 사우나, 일광욕장, 골프연습장 이용도 무료다. 시니어스타워의 또하나 자랑거리는 바로 옆에 위치한 송도병원의 각종 시설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항시 건강상담을 받을 수 있으며 연2회 종합 건강진단도 받는다. 의사나 간호사의 왕진치료도 가능하다. 지난 88년 7월 국내 최초로 유료 노인복지시설의 개념을 도입해 오픈한 수원의 유당마을은 6.5평 규모가 보증금 3,300만원, 월 이용료 70만원이며 8.5평은 보증금 4,400만원에 월 이용료가 70만원이다. 전국에서 운영중인 다른 유료 복지시설들의 이용요금도 비슷한 수준이다. 입주자격은 60세이상. 부부가 함께 입주하는 경우 어느 한쪽이 60세 이상이면 가능하다. 입주인들의 경우 변호사나 교수, 학교장, 고위장성, 고급공무원 출신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렇다고 사회활동을 그만둔 퇴직자만 이곳에서 생활하는 것은 아니다. 이곳 입주자 중엔 현직 교수나 자기 사무실을 운영하는 변호사도 있다. 그러나 입주한 노인들의 만족도나 월등한 서비스수준, 아직은 부족한 시설에 비하면 입주실적은 저조한 편이다. 서울 시니어스타워는 280여명 정원에 130여명이 입주해 있고 다른곳도 올해초 기준으로 입주율이 50%수준에 그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만만치 않은 입주비 부담. 평범한 경제활동으로 60세의 나이에 1억여원의 보증금과 월 50여만원의 이용료를 부담할만큼 경제적인 여유를 가진 노인층은 국내에서 흔하지 않다. 또 노인복지시설이라고는 양로원만 익숙한 사람들의 인식부족도 한몫한다. 실제로 직접 시설을 둘러본 입주예정자들이 만족감에 입주를 희망했다가 자식들의 반대로 취소하는 사례도 많다. 자신들을 길러준 부모를 노인시설에 몰아넣는다는 사회의 눈총도 있다. 아직까지 가족들과 노후를 보내고자 하는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많다는 것도 한 요인. 마지막으로 억대에 달하는 재산을 자신의 노후를 위해서만 쓴다는 인식도 선뜻 입주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이에 대해 유료복지시설 관계자는 『이제 시작이다』는 말로 대신한다. 특히 입주자 중 지식인들이 많은 이유에 대해 『늙으면 자식들의 효도를 받으며 살아간다는 전통윤리의식과 현실의 괴리를 일찍 깨달았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을 내놨다. 은퇴이후의 삶이 길어지면서 스스로의 권리찾기가 당연시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향후 「시장전망」은 매우 밝다는 얘기다. 통계청에 의하면 65세이상 노인인구는 지난해 기준으로 305만명. 전체인구의 6.6%에 달한다. 2000년에 7%를 돌파하고 2020년경 현재의 두배이상인 15%로 급속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통화기금(IMF)한파이후 아파트경비원이나 주차관리원 등 노인들이 쉽게 차지하던 일자리도 인건비 절감 등의 이유로 구조조정 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국가나 자치단체의 노인복지정책은 저소득층을 감당하기에도 벅찬 수준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당당하고 쾌적한 노후」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노인들이 스스로 잃어버린 권리찾기를 이미 시작했음을 말해준다. 【정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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