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까지 「팍스 자포니카(PAX JAPONICA)」를 구가했던 일본의 버블 경제 붕괴 이후, 「잃어버린 10년」으로 표현되는 일본 경제 침몰의 직접적 원인은 부실채권 처리의 실패였다. 반면 최근 제2의 「팍스 아메리카(PAX AMERICA)」를 구현하고 있는 미국의 번영은 80년대 말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대처한 결과다.일본은 부실채권 처리 문제를 민간 주도하에 다원적 방법으로 중장기적으로 해결을 도모하는 간접 지원방식을 택했다. 일본 정부의 이런 미온적 대책은 전형적인 재정·금융 정책을 통해 경기회복을 꾀하면 장기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회복돼 부실채권 문제는 자연 해소되리라는 잘못된 판단에서 비롯됐다. 최근 일본 정부는 부실채권 처리의 실패를 공식적으로 시인했으며, 정부 주도적인 본격적인 대응책이 다시금 모색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주법(州法)을 초월하는 일종의 정부 조직인 「청(廳)」의 개념으로 해석되는 RTC라는 부실채권 전담 처리기구를 신설하여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했다. 부실채권 처리의 성패가 오늘날 미·일 경제의 명암을 가른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우리가 미국식 부실채권 처리를 택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부실금융 정리의 전담을 위해 예금보험공사와 배드뱅크로서의 새로운 기능을 부여한 성업공사(KAMCO)등 양대 기관에 공적자금 64조원이 투입됐다. 예금보험공사는 금융감독 업무를 중심으로 한 증자 지원 및 예금대지급 업무를, KAMCO는 부실채권 정리 업무를 전담하게 됐다. 따라서 향후 국민경제 차원에서 발생할 국민 부담의 크기는 이제 KAMCO가 처리하는 매각 가격과 턴 오버(TURN OVER) 속도 여부에 좌우되게 됐다.
부실채권 처리의 성공적 마무리를 위해서는 KAMCO가 원활히 배드 뱅크 기능을 수행하도록 제도적·기능적 보완이 있어야 하며, 물론 공정성과 관련하여 감독기관의 철저한 통제·관리도 병행돼야겠다. 또한 KAMCO는 효율적 정리를 위해 RTC 교훈대로 「미시적」 또는 「각론」 차원에서 민간 기능을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