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금융정보의 중요성

경제에서 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금융거래와 실물거래의 연관성이 높아졌다. 실물경제의 안정 성장을 위해 금융시장의 안정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튼튼한 금융산업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최근 세계경제포럼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나타났듯이 우리나라는 금융 부문의 경쟁력이 취약해 전체 국가경쟁력을 하락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정부는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우리나라를 동아시아 금융허브로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또한 자본시장통합법을 제정하는 등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제도개선도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다. 금융산업의 미래 비전을 확립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금융강국이나 금융허브 등과 같은 거대담론에 매몰돼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놓치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톱다운(Top-down)이 아니라 보텀업(bottom-up) 방식의 접근이 좀더 현실적이라는 생각이다. 작은 부분이더라도 우리가 현실적으로 실행이 가능한 구체적인 방안부터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는 것이 긴요하다. 이와 관련해 금융정보의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투자환경과 금융시스템 변화로 금융정보의 생산 및 유통시스템이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건전한 투자문화 정착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의 주요 투자대상이 저축상품에서 투자상품으로 급격하게 이동했다. 이러한 변화가 정착되도록 금융시장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투자대상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생산되는 금융 하부구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투자자들의 위험부담이 커진 만큼 정확한 정보의 중요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각종 제도개혁으로 법률이나 규제, 회계나 공시, 기업지배구조 등에 대한 금융 하부구조 구축은 상당히 진전됐다. 반면 신용평가나 신용정보 생산, 금융법률 전문가, 산업이나 기업 분석가 등과 같은 금융정보나 지식 생산을 위한 금융 하부구조는 매우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드웨어는 어느 정도 갖췄지만 소프트웨어는 갖추지 못한 격이다. 정부는 제도적 지원으로 신용정보, 산업이나 기업분석 정보, 금융상품 정보 등 금융정보의 생산과 유통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신용평가 기관의 경쟁력강화나 금융정보를 제공하는 기업의 육성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금융정보나 지식에 대한 제도적 보호장치를 강화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금융업계의 관행에도 변화가 요구된다. 금융 선진국인 미국에서는 금융정보 사용에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당연시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금융정보가 자유재로 취급되는 경향이 있다. 금융정보의 취득과 사용에 대가를 지불하는 관행이 정착돼야 블룸버그와 같은 경쟁력 있는 금융정보제공 기업이 생겨날 수 있을 것이다. 전문인력의 육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경험이나 능력을 갖춘 전문가 없이 금융정보나 지식의 생산은 불가능하다. 산업이나 기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적시에 생산되고 유통돼야 생산성이 높은 부문으로 자본이 흘러가면서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높아진다. 특히 유망 신성장산업으로의 자본유입을 촉진해 경제 전체의 활력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왜곡된 정보에 대한 과민반응에 의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는 현상도 완화될 것이다.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도 금융정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산업이나 기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생산되고 금융시장에 빠르게 전달될 수 있는 금융 하부구조가 잘 갖춰져 있으면 시장감시기능이 강화되면서 분식회계나 내부거래ㆍ주가조작 등과 같은 병폐가 사라지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투명경영도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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