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북핵, 단호한 조치 필요하다

지난 18일부터 북경에서 6자회담이 재개됐다. 13개월 만에 개최된 회담에 북한은 10월9일 감행한 핵실험의 효과를 단단히 벼르고 나왔다. 북한 대표인 김계관의 기조연설에서 북한은 핵 보유국으로서 핵군축회담을 제기하고 핵 폐기시 이에 상응하는 경수로 및 대체에너지 제공, 각종 대북 제재 해제 등 북한이 요구할 수 있는 최대치를 펼쳐보였다. 동시에 북한은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묶여 있는 북한 계좌를 해제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회담 개최 전후 북ㆍ미, 남북 등 양자회담에도 응하지 않을 정도로 금융 제재 문제 해결에 집중함으로써 결국 회담의 성패는 미ㆍ북간 BDA 협상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이다. 6자회담서 오만한 태도 여전 6자회담 첫날 북한의 입장과 태도는 이미 예상했던 대로 핵 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면서 매우 강경하고 또한 포괄적이었다. 북핵 문제를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참가국들로서는 실망스러운 사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북한의 진정한 의도와 목표는 회담이 진행되면서 보다 분명해지겠지만 핵실험 이후 북한의 주장과 과거 북한의 행태로 미뤄볼 때 회담에서 의제를 선점하고 강경 이미지를 표출함으로써 회담을 유리하게 이끌어가기 위한 협상 전술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회담 벽두에 ‘꽝’하고 한방 으름장을 놓고 회담에서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챙기려는 그들 나름의 계산이 숨어 있을 수도 있다. 6자회담과 병행해서 추진되는 BDA 협상에서 북ㆍ미간에 최소한의 타협안이 도출된다면 6자회담에서도 일견 상응하는 진전을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무리한 주장과 오만한 태도는 회담에 임하는 북한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고 회담의 진전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북한은 핵실험은 그 성패 여부를 떠나 북핵 문제를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의 폐기라는 매우 어려운 문제로 바꿔놓았다.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총력을 경주했고 핵무기는 체제 생존을 위한 전가의 보도로 사용될 만큼 효용 가치가 높다. 따라서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하는 데 매진할 수 있던 것과는 달리 이를 폐기하는 데는 엄청난 고민과 갈등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핵실험 강행을 전후해 김정일은 측근들에게 “이제 모든 고생은 끝나고 고생 끝에 낙이 찾아왔다”고 하면서 핵실험의 성공을 자축했다고 한다. 핵실험 직후 김정일은 향후 북한은 체제 위협 요인이 사라졌으니 경제에 진력할 것을 다짐했다고도 한다. 북한의 권력 실세들도 핵실험 이후 어떤 외부의 압력에도 북한이 핵을 폐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호언하기도 하고 스스로 핵을 폐기했던 국가들의 참담한 현실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러한 북한의 내부 정세를 감안할 때 핵실험을 단행한 지 2개월 만에 재개된 6자회담에서 북한이 선뜻 핵무기를 폐기하는 협상에 나설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 핵무기를 개발하고 핵실험을 승인한 김정일을 비롯한 권력 실세들의 의지와 계산이 번복되기에는 내부적으로 심각한 재검토 과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핵무기의 존재가 체제 생존과 경제 발전에 오히려 걸림돌로 판명이 날 때까지는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 6자회담은 한반도 및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장치이다. 그러나 북한이 이러한 회담의 성격을 무시하거나 오판해 핵실험을 훈장처럼 달고 나와 큰소리치는 상황을 언제까지 방치할 수는 없다. 잘못된 판단·도발 엄중규탄을 잘못된 판단과 위험한 도발에 대한 엄중한 규탄과 처벌 없이 북한의 요구대로 갖가지 보상만을 제공함으로써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이는 북핵 문제의 해결은 고사하고 북한으로 하여금 또 다른 오판을 할 빌미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대북 금융 제재는 법에 따라 처리하되 핵 문제는 한반도 비핵화원칙에 대한 정면 위반이자 북한 스스로의 생존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북한 권력 실세들이 하루라도 빨리 인식할 수 있도록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모든 참가국들이 단호하게 회담을 이끌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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