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채권시장에서는 현대자동차 3년 만기 회사채(기준등급 이하로 회사채 기준금리가 아님)가 10.4%에 거래되고 삼성전자 회사채가 9.95%에 팔자호가로 나오는 등 시장은 수익률 10%대를 맞는 분위기였다.수익률 10%대에 재진입한다면 이는 지난해 10월31일 회사채 수익률이 10.0%를 기록한 후 한자릿수로 금리가 떨어진 이래 9개월 만의 「사건」이 되는 셈이다.
문제는 시장참여자들의 금리전망이 전반적으로 「불안」 쪽에 있다는 점이다. 채권시장 참여자들은 대우사태와 하반기 물가불안·경기회복 등에 따른 추가적인 금리상승을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단기적인 상황은 11일 발표될 대우 구조조정 방안의 내용과 정부의 투신권 대책에 따라 유동적이다.
◇금리상승 원인=최근 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대우사태에 따른 투신권의 불안이다. 이와 함께 빠른 경기회복, 부동산가격 상승 등의 물가불안, 정부의 대규모 국채발행 계획 등도 금리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투신권은 채권시장의 최대 매수세력이다. 따라서 투신권이 흔들린다는 것은 매수기반이 약화된다는 뜻이며 이는 바로 채권값 하락(수익률 상승)으로 나타난다. 8월 들어서만도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장·단기 공사채형 펀드에서 총 2조47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는 정부가 금융기관들의 공사채형 수익증권 환매를 사실상 금지한 가운데 개인과 법인고객들만의 이탈규모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감독당국의 환매제한 조치에 따라 투신권에 대규모 자금이 묶인 금융기관들의 상황 역시 시장자금의 흐름을 막으면서 금리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투신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핵심원인은 대우사태다. 대우그룹의 부실이 가시화하면서 대우의 유가증권을 보유하고 있는 투신권 공사채형 펀드수익률이 하락할 것을 투자자들이 우려하기 때문이다. 현재 투신권 전체에서 보유하고 있는 대우그룹 회사채·기업어음(CP)은 전체 수탁액의 약 10% 수준인 24조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요즈음은 대우사태 때문에 가려져 있지만 경기회복에 따른 제조업 가동률의 빠른 상승,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의 물가불안, 대우사태로 인한 통화공급 확대 등 잠재적 인플레이션 압력도 금리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정부가 대우사태와 금융 구조조정을 완결하기 위해 대규모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 역시 시장에는 「악재」가 된다.
◇대우사태 조기진정이 관건=채권시장 관계자들은 대우사태의 조기진정이 관건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시장대책은 타이밍이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가 조속히 결단을 내려 시행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백경호(白暻昊) 주택은행 증권투자 팀장은 『시장대책은 내용과 함께 실시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대우사태에 따른 투신권의 대책이 조속히 마련되지 않으면 환매사태의 가능성은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대책의 내용에 대해서도 어차피 누가 손실을 분담할 것인가의 문제라면 이해당사자, 즉 투자자(수익자)·정부·투신사·증권사가 모두 분담하는 방안을 만들어 조기에 시행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신영증권 박성진(朴成振) 채권조사 팀장)
◇금리전망=시장 관계자들은 금리가 두자릿수에 진입한 데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이다. 대우사태의 뚜렷한 해결방안이 제시되지 않고 지지부진한 상황이 계속될 경우 시장 자체의 기능이 마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택은행 白팀장은 『대우와 투신권 불안심리 때문에 최근 채권시장은 거래도 거의 없는 가운데 급매물을 중심으로 금리만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11일 대우그룹 구조조정 발표가 추가적인 금리상승에 단기적인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대우 구조조정안이 발표됨과 동시에 투신사가 보유하고 있는 대우그룹 회사채·CP에 대한 처리방안도 발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우 구조조정안에 채권단의 부채탕감과 출자전환, 계열사 조기매각 등의 방안이 실현 가능한 것으로 구체화될 경우 시장은 빨리 진정되면서 금리도 단기적으로는 다시 9%대 밑에서 안정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의식기자ESAH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