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민원 꼴찌 창피한 재정부


과천 정부종합청사를 출입해본 민원인 10명 중 9명은 왠지 모를 주눅이 든다. 신경 쓰지 않던 주차선도 맞추고 정당한 민원을 들고 왔지만 목소리는 작아진다. 나라 곳간을 책임지는 예산 업무와 공정사회 척도인 조세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가 연이어 꼴찌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재정부는 지난 4일 국가권익위원회가 발표한 2011년 중앙부처 민원 서비스 만족도 평가 결과, 꼴찌 다음 밑에서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에 이어 연속 최하위권으로 사실상 '낙제'인 셈이다. 국민들이 제기하는 민원 서비스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다는 반증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재정부 입장에서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최근 유럽 재정위기 속에서 경제 컨트롤 타워로서 한국 경제호의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이끌어 왔다는 점에서 소홀히 한 부분에 대해 양해를 구한다면 이해를 못할 것도 없다. 그러나 이해도 잠시. 5일 또다시 재정부는 대국민 민원 서비스에 '나 몰라라'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줬다. 이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2011년 정부업무평가 보고회에서 재정부는 민원 만족도에서 꼴찌를 차지했다. 이틀 연속 꼴찌다. 국민들의 민원에 대해 담당 공무원들의 불친절은 물론 업무처리에 소홀하고 인터넷을 통한 접근성이 매우 떨어졌다는 이유다. 재정부를 평가한 위원들은 "재정부가 엘리트 의식이 강해 부처 간 정책조율에서 권위를 세우려 하는데 그 같은 태도가 대국민 민원 서비스까지 고스란히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재정부는 최근의 유럽 재정위기 속에서도 연간 무역규모 1조달러를 달성하는 선봉장으로 거시ㆍ미시경제는 물론 금융 전반에 대한 경제정책 권한을 쥐고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다. 나라를 부강하게 하고 국민 삶의 질을 윤택하게 만드는 재정부야말로 무한한 국민적 신뢰를 받아 마땅한 부처다. 하지만 국민의 입장이 아닌 엘리트들의 집단으로 비쳐진다면 경제 컨트롤 타워의 위상은 허상에 불과하다. 민원인 한 명 한 명이 국민이고 그들의 불만이 민심이 된다.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는 자세를 갖추지 않는다면 정부가 내세우는 소통은 그들만의 소통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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