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포커스] 고물가·실업난에 긴축정책도 한계… 딜레마에 빠진 英 경제

실업률 8.1%로 15년만에 최고, 시위등 사회불안 겹쳐 침체 수렁<br>CPI 오름세·민간 소비 위축 불구 재정난으로 돈 풀기도 쉽지 않아<br>"빈곤층 세금 공제로 소비 진작등 '플랜 B' 즉시 가동해야" 목소리



지난달말 영국 런던 중심부에 있는 세인트폴 성당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문을 굳게 닫고 방문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금융자본의 탐욕과 부의 불평등에 저항해 발생한 영국판 월가 점령시위가 확산되면서 성당의 안전마저 보장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영국에서는 지난 8월 높은 실업률과 경기 침체에 불만을 가진 젊은이들이 대규모 폭동까지 일으켜 5명이 사망하는 초유의 참사를 빚기도 했다. 이 같은 영국의 사회불안은 무엇보다 영국이 갈수록 깊은 경기 침체의 수령으로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영국경제가 고물가와 높은 실업률, 긴축정책의 한계라는 3대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경고마저 잇따르면서 소비 진작 등을 포함한 플랜 B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재정 위기와 미국의 경기 침체에 가려 국제사회의 관심에서 한발 비켜서 있던 영국 경제가 새롭게 부각되면서 이 같은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영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높지 않지만 금융산업의 메카라는 점에서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은 훨씬 클 수 밖에 없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영국의 경기침체가 길어질 경우 대외자산 처분 및 회수나 외국 투자자의 대규모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며 "파운드화 급락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도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영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2ㆍ4분기 영국의 경제성장률은 0.1%로 1ㆍ4분기(0.4%)에 비해 크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강도 긴축 정책에 따른 소비심리 악화와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수출 감소가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반면 실업률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영국의 6~8월 실업률은 8.1%로 15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실업자 수는 257만명으로 집계돼 1994년 이후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16~24세 청년층의 실업자가 99만1,000명에 달해 전체 실업자의 21.3%를 차지하며 사상 최고수준에 이르고 있다. 문제는 영국의 고용시장이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공부문의 경우 2011년 회계연도에만 모두 2만명을 해고하는데 이어 2015년까지 최대 70만명의 공무원이 물러나게 된다. 민간부문도 마찬가지다. 영국의 주요 금융사들은 잇따라 대규모 인원감축안을 내놓고 있다. 바클레이즈는 2011년까지 보험ㆍ투자은행에서 3,000명을 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RBS도 사업서비스 부문을 중심으로 2012년까지 3,500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계속해서 오르기만 하는 물가도 걱정거리다. 9월 영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5.2%를 기록하며 넉달째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9월 CPI는 지난 2008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자 영국 정부의 물가관리목표치인 2%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다. 생산자물가지수(PPI) 역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9월 PPI는 6.3%로 지난 달에 비해 0.3% 올라 네 달 째 올랐으며 앞으로 물가상승률이 계속될 수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높은 물가로 인해 영국 경제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민간소비도 여전히 부진하다. 영국 전체 경제성장에서 민간소비가 기여하는 비율은 평균 70%를 넘는 웃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민간소비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노동시장ㆍ가계건전성ㆍ주택 경기 등의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민간소비는 지난 해 4ㆍ4분기 0.2% 하락한 데 이어 올해 1ㆍ4분기에도 0.6%나 떨어져 계속해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할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영국 정부가 무작정 돈을 풀기도 힘든 형편이다. 영국의 재정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부채 비율은 2011년 7월 기준으로 213%에 달하고 있다. 이는 미국(203%)이나 일본(171%)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에 성장을 위해 긴축 강도를 늦추 경우 시장의 신뢰도가 약화되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영국중앙은행(BOE) 입장에서도 기준금리 인상으로 물가를 조절하기 힘든 형편이다. 기준금리를 높일 경우 가뜩이나 상황이 좋지 않은 경기가 더욱 침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BOE는 현재 30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0.5%로 동결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 같은 영국 경제의 주기적인 불황을 막기 위해 영국 경제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9일 장하준 캠브리지 대학 교수와 토니 앳킨슨 옥스포드 대학 교수를 비롯한 영국을 대표하는 100명의 경제학자들이 "영국 정부의 플랜 A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플랜 B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들이 밝힌 플랜 B에는 공공부문 감원 계획 철회ㆍ빈곤 계층과 구직자에 대한 세금 공제를 통한 소비 진작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이들은 GDP성장률이 국가 경제의 건전성을 나타내지 않는다며 최소실업률ㆍ일과 복지의 균형ㆍ경제와 사회의 안전성ㆍ직업 만족도를 새로운 기준으로 제시했다. 가디언도 이에 대해 "이들의 제안에 모두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영국 경제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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