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역차별은 이제 그만

손철 기자 <경제부>

“외국인 투자가의 오해를 사지 않도록 잘 써주세요.” 지난 11일 장관급인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외국인 투자기업의 수도권 투자를 허용한다”는 정부 방침을 밝히며 이렇게 덧붙였다. 앞서 열린 수도권발전협의회에서 이해찬 국무총리와 손학규 경기지사가 외투기업의 수도권 투자로 한판 자웅을 겨루는 과정에서 정부가 외국인 투자를 냉대하는 것처럼 비쳐지자 성 위원장이 진화에 나선 것이기는 하다. 이후 각별한 주의를 기울인 외투기업의 수도권 투자는 성 위원장의 발표대로 허용됐다. 하지만 곧이어 최종 결론을 내겠다고 했던 국내 대기업의 수도권 투자 허용 여부는 무기한 연기돼 오리무중이다. 정부가 국내 기업은 ‘하인’ 다루듯 하고 외국 기업은 ‘상전’ 모시듯 하면서 한국 땅에서 사업하는 모습이 대조적이어서 씁쓸하기까지 하다. ‘욱일승천’하는 한국의 LCD산업을 겨냥, 외국 기업인 3M은 수도권에 이미 중장비를 동원해 공장터 닦기가 한창인 반면 LG전자ㆍ화학 등 국내 기업은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 정부 고위관료들도 자랑스런 우리 기업으로 꼽기를 주저앉는 LG필립스LCD는 ‘외투기업’이란 꼬리표를 달고서야 국내 투자가 가능했다. 삼성전자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준비하고도 규제에 발이 묶여 정부 눈치만 살피고 있다. 한국 기업과 기업인을 이처럼 허탈하게 하는 한국 정부의 논리는 그러나 궁색하기 이를 데 없다. 정부는 국내 대기업의 수도권 투자 허용은 국가균형발전에 엄청난 타격을 주는 반면 외투기업 투자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설명한다. “외투기업이 국내 총매출의 12%, 총수출의 14%를 차지하고 있어 한국 경제에서 비중이 높다”고 정부가 24일 내놓은 보도자료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이다. “정부가 종종 강조하는 ‘재계의 투자 확대를 돕고 (외국인에 비해) 역차별은 없을 것’이라는 립서비스만 믿고 있으면 망하기 십상입니다.”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삼성ㆍLG 임원의 이구동성이다. 외국인 투자는 ‘선(善)’이라고 믿으면서 국내 기업 투자는 달리 보는 정부의 태도를 ‘또 다른 사대주의’로 여기는 재계 시각을 정부가 하루빨리 불식시켜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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