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외환과 수출경쟁력

지난해 3월부터 올 3월까지 13개월 동안 마이너스 행진을 계속하던 우리 수출이 올 4월과 5월 각각 9.2%, 7.8% 증가,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수출이 너무 부진했던데 따른 상대적인 현상에 불과한 것으로 이 실적은 수출활황을 보였던 지난 2000년 4월과 5월의 수출실적에 아직 이르지 못하고 있고 수출호조 품목도 반도체ㆍ휴대전화ㆍ자동차 등 일부 품목에 제한돼 있는 실정이다. 제반여건도 그리 좋지 않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의 회복이 불투명한 상태이며 국제무대에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도 반도체와 석유화학 등에서 이미 우리를 따라잡으면서 급속히 추격해 오고 있다. 또 최근 미국의 달러화 약세가 가속화되면서 일부 가격경쟁에 민감한 업체는 이미 수출 채산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고 금리의 상승세 지속도 수출업계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이 같은 여건을 감안하면 올해 수출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느낌이 든다. 우선 환율에 대해 생각해보자. 최근 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우리 수출업체의 손익분기점 환율은 달러당 1,258원으로 나타났다. 수출업계의 보수적인 속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1,220원대 환율은 수출업체로 하여금 상당폭의 채산성 악화를 감내하도록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올들어 수출물품 단가지수 하락률이 지난해 대비 10.0%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수출업계의 채산성이 더욱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최근의 금리상승 추세도 수출업계에 상당한 금융비용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금리가 연 0.2%포인트 인상될 경우 수출기업이 추가로 부담하게 될 금융비용은 연간 약 3,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기업경영분석'을 보면 수출기업은 2001년도에 부채비율 254.2%, 매출액 대비 금융비용 4.4%, 경상이익률 마이너스 3.5%로서 내수기업의 152.1%, 2.7%, 2.5%에 비해 재무구조 및 수익성에서 크게 취약한 것으로 나타나 최근의 금리인상 추세는 내수기업보다 수출기업에 더 큰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개선하고 금융비용 및 외환관련 부대비용을 절감함으로써 이제 회복단계에 있는 우리 수출이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기관의 적극적인 정책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경쟁국의 환율을 감안한 적정수준의 환율을 유지함으로써 수출업계의 채산성이 급속히 악화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원달러가 일본의 엔달러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임에 따라 품목 구조면에서 일본과의 경합도가 높은 우리 제품이 일본제품과의 경쟁에서 불리해지고 있다. 물론 원화의 대 달러 및 엔화환율이 하락하는 것을 외환시장의 가격 메커니즘상 이들 국가보다 우리의 경제가 상대적으로 견실한 상황임을 반영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문제는 단기간 내 환율급락으로 인해 우리 기업들이 미처 대응태세를 갖추기 어렵다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정부가 무리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속도조절 등을 통해 융통성있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또 수출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질적인 금융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 하반기 물가안정 등을 위해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더라도 내수기업에 비해 취약한 수출기업에 대해 차별화된 금융정책을 펼침으로써 수출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출증가 추세가 계속 이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은행에서 연 2.5%의 저리로 시중은행에 제공하고 있는 총액한도대출 가운데 무역금융에 대한 배분비율을 더욱 확대함으로써 무역금융 금리인하를 유도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한국은행의 보유외환을 활용한 외화대출을 활성화하는 문제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는 6월15일 현재 1,105억달러로서 단기외채 대비 2.6배나 되고 있다. 외환이 충분히 확보되고 있는 것은 분명히 좋은 일이지만 여유분을 수출업계에 대한 융자자금으로 활용한다면 수출업계가 시중 대출금리보다 훨씬 싼 이자로 대출받을 수 있어 금융비용이 크게 절감될 수 있을 것이다. 단 외화대출은 환리스크가 항상 수반되므로 수출보험공사의 환변동 보험의 부보 범위를 확대ㆍ적용해 환위험을 회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환가료 등 외환관련 수수료율 인하도 필요하다. 최근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 회복으로 인해 국내은행의 대외신인도가 크게 상향됐다. 이에 따라 외화조달 코스트도 대폭 낮아져 은행의 마진율이 크게 확대된 것을 감안, 외환수수료를 적정수준 인하함으로써 수출업계의 외환수수료 부담을 경감시킬 필娥?있다. IMF 경제위기 이후 우리 금융산업은 부실채권 정리와 스스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구조가 견실해지고 업무의 효율성이 크게 향상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금융의 논리'가 '산업의 논리'보다 우월한 입장에서 경제정책의 기조를 주도해옴으로써 미래산업의 육성과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한 정책적 배려가 부족했고 적극적인 민간투자를 유도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따라서 최근의 수출증가세가 외부요인에 크게 흔들리지 않고 지속하기 위해서는 금융 외환 부문에서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과거 우리 경제의 고속성장에 기여했던 금융외환 부문이 수출경쟁력 제고를 위해 다시 나설 때다. /한영수<한국무역협회 전무, 경제학박사>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