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고가 쌓인다

장기불황에 반도체·車·철강제품등 눈덩이<br>일부기업 떨이세일·감원등 특단처방 나서

재고가 쌓인다 장기불황에 반도체·車·철강제품등 눈덩이일부기업 떨이세일·감원등 특단처방 나서 • 값내려도 안팔려 수익성까지 빨간불 • 팔리는 제품만 만든다 중견 가구업체 A사. 연간 매출액 400억원을 수준인 이 회사는 재고물량이 50억원 규모에 이르자 초비상이 걸렸다. 이 회사가 결국 택한 것은 이른바 ‘떨이 세일행사’다. 제살 깎아먹는 것인 줄은 알지만 먼지만 쌓이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한 가구업체 마케팅 담당자는 “상반기 매출이 극히 부진해 재고물량이 전년동기의 30~50% 이상 늘어난 업체들이 많다”며 “장기불황을 이기지 못해 사무직 직원까지 감원하는 특단의 처방을 내놓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중 재고율은 93.8%로 전달보다 1.3%포인트 증가하며 90%대의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3~4개월 후의 재고량을 미리 측정하는 ‘재고순환지표(출하증가율-재고증가율)‘도 0.9%포인트로 전달의 두 배나 하락하며 올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대표적 업종인 반도체(PDP 등 전자제품 포함)의 경우 전월 대비 50.9%나 급증했다. 민후식 동원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산업의 재고 증가속도가 빠른 데 대해 우려감을 갖게 된다”며 “재고 영향이 가격하락으로 이전되는 효과도 확인했으며 반도체 성수기인 하반기에 대한 기대감을 낮춰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내수부진에 허덕이는 자동차 업종은 악성 재고를 좀처럼 떨어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5월 64.7%의 기록적인 재고증가율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같은 기간에도 전년 대비 증가율이 16.9%에 달했다. 완성차 업계의 5월 재고량은 9만4,519대로 올들어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6월 한때 10만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밖에 판유리 등이 포함된 비금속광물과 철근 등 1차금속 업체들도 12.7%와 3.9%의 전년 대비 증가율을 보였다. 철강업계의 경우 중국의 긴축정책에 휴가철 비수기가 겹친데다 건설ㆍ자동차ㆍ가전 등 수요산업의 침체까지 가세해 재고가 늘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중심을 이루는 업종의 재고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문구업체들은 내수침체에다 중국산 저가제품까지 파고들어오자 생산량을 지난해보다 10% 이상 줄이며 재고소진에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이밖에 시계와 완구, 심지어 제약업체들마저 덤핑공세로 재고량을 조절하려 하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아 발만 구르고 있다. 한 시계업체 마케팅 담당자는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매달 판매가 10% 가까이씩 줄어들고 있다”며 “판매부진에 재고까지 쌓여 수익성이 악화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재고량 증대는 기업이 미래를 밝게 보고 생산량을 늘려 생기는 경우(경기회복기)와 안 팔려서 생기는 경우(후퇴기)에 나타나는데 지금은 후자 쪽”이라며 “내수침체가 장기화해 기업들의 수익성이 더욱 나빠질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김영기기자 young@sed.co.kr 정민정기자 jminj@sed.co.kr 입력시간 : 2004-07-01 17:21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