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해외플랜트 수주액 300억달러 돌파

바이어가 먼저 러브콜…4년새 5배성장<br>발전·석유화학서 원유시추 설비까지 세계최고 기술력<br>IMF후 혹독한 구조조정…최근 대규모공사 '싹쓸이'<br>"2015년 1,000억弗 달성 세계 5대강국 올라설것"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로부터 동쪽으로 약 600㎞ 떨어진 알 주베일 산업공단. 여의도 면적 20배의 모래벌판 위에 세계 최고의 엔지니어링 업체들이 유화제품의 원료를 생산하는 석유화학플랜트 20여개를 건설하고 있다. 이곳에서 삼성엔지니어링은 단일기업으로는 최대 규모인 총 7개의 프로젝트, 29억달러의 대역사를 진행하고 있다. 주베일의 황량한 땅 위에서 이른 새벽부터 저녁까지 매일 1만여명에 달하는 인력들이 뜨거운 숨결을 토해내며 플랜트의 웅장함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플랜트산업 4년 동안 5배 고속성장=플랜트산업은 발전과 담수, 석유화학 설비에서 원유ㆍ가스 시추설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지식집약산업이다. 이 때문에 플랜트산업에 참여하려면 단순한 시공기술뿐만 아니라 설계, 사전조사, 프로젝트 파이낸싱, 유지보수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 최근에는 국제 원유가격이 고공비행을 하면서 자금에 여유가 생긴 중동 국가들의 플랜트 발주가 늘어나면서 세계 플랜트시장은 급속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세계 플랜트시장이 고속성장을 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플랜트 수주와 시공능력 면에서 최강국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올 들어 지난 10월 말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의 해외 플랜트 수주액은 315억달러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30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 같은 추세라면 연말까지 350억달러는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올해 플랜트를 제외한 해외 건설 수주액이 101억달러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경제에서 플랜트산업이 차지하는 위치가 어느 정도인가를 짐작할 수 있다. 90년대 후반 IMF 외환위기 때만 하더라도 국내 플랜트 기업들은 적자 투성이의 ‘미운 오리새끼’로 낙인 찍혀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어야 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미국ㆍ유럽ㆍ일본 등 선진업체들의 하청 역무 수준에 머물렀었다. 그러나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경영혁신을 통해 턴키방식(시공업자가 건설공사에 대한 재원조달ㆍ토지구매ㆍ설계ㆍ시공ㆍ운전 등의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괄수주방식)의 수주를 늘려가며 2003년 수주액 64억달러를 기록했고 2005년 158억달러로 급상승했다. 이후 2년 동안은 한해 수주액이 100억달러씩 늘어나 올 10월 말 현재 300억달러 시대를 열었다. ◇“달라진 위상, 바이어들이 먼저 찾는다”=대우건설은 7월 나이지리아에서 3억달러 규모의 천연가스 생산시설을 수주했다. 다른 플랜트 수주 때도 마찬가지지만 이 사업 역시 이탈리아의 사이펨(Saipem)과 미국의 와일브로스(Wilbros) 등 세계 유수의 경쟁사들과 치열한 경쟁 끝에 거둔 승리였다. 대우건설 측은 “이미 완공됐거나 공사가 진행 중인 다른 플랜트들을 지켜본 바이어들이 공사 수행능력과 기술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플랜트 수주 300억달러 돌파는 국내 플랜트 기업들의 위상이 크게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중동의 정유업체는 물론 다국적 석유기업들도 우리나라의 기술력에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사우드 사빅사 회장은 6월 삼성엔지니어링을 방문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수행한 프로젝트의 시공능력과 품질에 대단히 만족한다”며 “아랍 말에 ‘한번 문을 열어주면 영원히 환영한다’는 말이 있는데 우리 관계가 그렇게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달라진 위상은 영업방식에도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플랜트업계의 한 영업담당 임원은 “최근 사우디의 한 업체에서 찾아와 프로젝트 하나를 꼭 맡아달라고 요청했다”면서 “발주기업을 찾아 세계 각국을 쫓아다니는 영업에서 지금은 바이어들이 오히려 찾아오는 쪽으로 방식이 바뀔 정도로 시장에서의 위상 변화를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2010년 해외 수주액 1,000억달러 목표=이처럼 세계 플랜트시장을 국내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바이어들의 ‘러브콜’이 쇄도하면서 최근에는 대규모 프로젝트들이 대부분 한국기업들의 몫이 됐다. 현대중공업은 2005년 나이지리아 악포 해상광구에 투입될 7억달러 상당의 부유식원유생산저장설비(FPSO)를 수주한 후 경쟁력을 인정받아 프랑스의 석유기업 토탈사로부터 해외구조물 부문 5개의 프로젝트를 연속 수주하는 실적을 올렸다. 수주액 12억5,000만달러로 세계 최대 규모였던 인도 문드라 석탄화력발전소는 두산중공업에 맡겨졌고 현대중공업 컨소시엄은 중동 최대 규모 사우디 민자담수발전플랜트를 수주했다. GS건설이 수주한 이집트의 정유공장 설비고도화 프로젝트는 계약금액 18억1,000만달러로 국내 기업이 수주한 것 중 단일계약으로 최고 규모를 자랑한다. 세계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기술력이 인정받으면서 SK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국내 최초로 기본설계 계약과 개념기술(FEED) 계약을 따냈고 대우인터내셔널 등 여러 기업들은 마다가스카르ㆍ아르메니아ㆍ트리니다드토바고 등 낯선 국가에도 진출하는 쾌거를 올렸다. 국내 플랜트 업계의 목표는 2015년 연간 수주액 1,000억달러 달성이다. 해외 플랜트 수주 1,000억달러는 미국ㆍ일본ㆍ프랑스 등과 함께 세계 5대 플랜트 강국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또 이를 위해서는 독일ㆍ영국ㆍ이탈리아 같은 기술 선진국을 추월해야 한다. 플랜트업계 관계자들은 “세계시장이 한국의 플랜트 기술력을 인정한 이상 2015년 1,000억달러 수주 목표는 어렵지 않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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