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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후대비 문제가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기대수명 연장으로 돈 쓰는 기간도 늘어나는 만큼 노후자금 준비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자식들에게 의지해 노년을 보낼 수도 있었지만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면서 고용불안이 커지고 있는 요즘에는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결국 스스로 노후에 필요한 자금을 준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노후준비 여건은 결코 녹록지 않다. 저금리 추세가 장기화되면서 은행예금으로는 물가 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고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부동산 가격도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후자금을 준비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공적 연금과 사적 연금을 충실히 준비하는 길 밖에 없다.
퇴직·개인연금 세제혜택 미미
문제는 공적 연금과 사적 연금도 은퇴자들을 안심시키기에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우선 가장 큰 사회안전망인 국민연금부터 보자. 당초 정부는 지난 1988년 국민연금이 처음 시작될 당시 퇴직 전 소득의 70%를 보전해주는 것을 목표로 했었지만 2차례의 연금 개혁 과정에서 지급액이 42%까지 낮아졌고 지급 시기도 늦춰졌다. 일부에서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20%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 은퇴로 연금 수령자들이 대폭 늘어나게 될 경우 국민연금의 고갈 시기도 앞당겨지기 때문에 또다시 국민연금제도를 손질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민연금에만 노후를 기대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결국 사적 연금 준비를 강화할 수밖에 없는데 이마저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대표적인 사적 연금인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은 성장 속도가 더디기만 하다. 현재 퇴직연금(50조원)을 포함한 국내 사적 연금의 적립금은 187조원 정도로 국민연금(324조원)의 절반 조금 넘는 수준이다. 사적 연금 자산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1.1%에 불과해 스위스(151.9%)이나 미국(124%), 영국(96.4%)은 물론이고 재정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포르투갈(26%)이나 스페인(12.1%)보다도 낮다.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이 선진국에 비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세제혜택을 비롯한 유인책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에 불입할 경우 연간 4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해주고 있다. 이는 미국(1,800만원)이나 스위스(840만원) 등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적은 금액이다. 이에 따라 퇴직연금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세제혜택을 과감하게 늘려줄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처럼 50세 이상의 근로자에게 추가로 소득공제를 해주는 것도 방법이다.
개인들의 노후준비를 방해하는 요인은 이것 말고도 또 있다. 바로 연금상품의 부진한 수익률이다. 한 증권사의 개인연금 상품을 보자. 주식ㆍ채권 혼합형 상품인 이 연금은 2008년 8월 이후 3년9개월 동안 누적 수익률이 10.5%에 그치고 있다. 연평균 3%에도 못 미치는 수익률이다. 사정은 퇴직연금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은행과 증권, 보험사의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상품 수익률은 원금보장형이 4%에 불과하고 원금 비보장형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변액연금의 경우 가입한 지 10년이 넘도록 원금조차 건지지 못하는 상품들도 수두룩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금융회사들이 수수료만 챙기고 연금관리는 뒷전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융상품 경쟁력 더 키워야
인생 100세 시대를 앞두고 공적 연금만으로는 노후자금을 감당하기는 힘든 시대다. 국민연금으로 부족한 부분은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변액보험과 같은 사적 연금이 채워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적 연금의 유인책이 더 늘어나야 하고 연금상품의 경쟁력도 높아져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인생 100세 시대를 대비하는 정부와 금융업계의 분발이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