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한림칼럼] 과학입국, 국어부터 다듬자

우리 겨레가 한반도에 터전을 잡고 살아온 까마득한 옛날부터 우리말은 천년만년의 풍화작용을 거쳐 오늘에 왔다. 문자가 생기고 문법도 정리돼 우리말과 글은 문화 민족의 표상으로 우리의 커다란 자랑이 됐다. 그러나 사람의 생각이 바뀌고 생활이 바뀌고 세상이 바뀌는 동안 진화라는 명분으로 우리의 언어는 방치되고 변질 훼손됐다. 과학용어 등 우리말로 순화 거리의 광고판은 생소한 외국어로 가득하고 우리의 일상에도 외래어가 끼어들지 않으면 대화가 안될 지경이다. 지구촌 시대에 외래어를 배격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건강한 우리 언어는 어떠한 경우에도 지켜져야 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우리말은 인류문화 발전과 더불어 발전하는 과학적인 언어로 정돈돼야 한다. 역사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으나 과거에 집착하지 않는, 현대와 미래를 수용하는 발전된 언어로 다듬어져야 한다. 그렇게 하여 내가 우리가 되며 역사 속에 우리 문화가 확실히 자리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언어는 내적 사고와 외적 현상의 단면이다. 불확실한, 모호한 언어로는 이른바 디지털 시대에 동참하고 시대를 선도할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언어는 그 민족의 양심이며 정의다. 단어와 문장의 과학적인 정확성과 의미의 탄력성 때문에 언어를 그 민족의 얼이라고 한다. 단어 하나하나를 아끼며 우리 언어를 알뜰한 논리로 정리해야 한다. 일정한 방향과 속도와 틀을 갖춰 부단히 연구 발전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과학적인 사고에 바탕을 둔 정확한 언어 사용을 생활화하는 범국민운동으로 이제 우리 언어 다듬기를 시작해야 한다. 이제 우리나라는 열(熱)이나 기(氣)로 문화가 선도되는 성급한 체질을 벗어야 한다. 바른말과 바른 언어의 정착이야말로 선진 과학 입국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 초등학교, 중ㆍ고등학교, 그리고 대학의 교과 과정에서 접하는 우리 언어가 어떠한 모습인가를 반성해야 한다. 사람의 걸음걸이보다 느린 자동차가 여러 차선으로 주행하는 대로변의 아파트 정문을 캐슬(castleㆍ城)로 명명한 것은 오히려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중세 프랑스의 성에 대해서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이해할지에 대해 한번 생각해봤는지 궁금하다. 번듯한 불고기 집의 원색 간판은 어느새 가든(gardenㆍ庭園)으로 바뀌었다. 우리나라의 영한사전에서 가든이 불고기 집으로 인쇄될까 두렵다. 외래어는 그들의 시각으로 우리 언어에 제한적으로 도입돼야 한다. 생각하고 말하는 우리 언어 생활의 개선을 위해 특별히 신문과 방송 등 언론매체의 솔선수범에 희망을 둘 수밖에 없다. '바른말 정착' 범국민 운동을 이미 허다하게 세계화된 과학 용어, 스포츠 용어뿐 아니라 지명의 표기 정리 및 적절한 동사의 사용과 특히 정확한 시제(時制)의 활용을 솔선했으면 한다. 특히 KBS 라디오의 한 짧은 아침 방송이 우리말 순화와 발전에 큰 기여를 한 것을 높이 평가하며 어느 국어연구소 못지않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하니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모든 국민이 참여하는 열린 연구가 됐으면 한다. 라디오 방송은 원색의 화려한 TV 방송 언어에 비해 청취자의 집중도가 매우 높을 수 있음을 염두에 뒀으면 한다. 피곤한 오후 고전음악 방송은 사막의 오아시스다. 많은 청취자가 그 음악으로 피로의 늪에서 소생한다면 필자는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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