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가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포기를 전격 선언, 사실상 미국에 `백기 투항`함으로써 북한 이란 등 WMD 관련 국들의 향후 행보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19일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WMD 포기 선언은 선제공격을 통해서라도 WMD의 확산을 저지하겠다는 미국의 강력한 의지가 거둔 `중대 성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그동안 이라크전을 두고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아왔던 미국이 리비아 선언을 계기로 북한 등 테러 지목 국가에 대한 군사ㆍ외교적 압박을 더욱 가속화 할 것으로 전망된다.
◇협력=보상, 저항=위험 메시지 각인=이라크전 승리에 이어 리비아의 WMD 포기선언은 먼저 북한과 이란 등 미국이 규정한 이른바 `악의 축` 국가들에 대해 `협력하면 보상이, 저항하면 위험이 따른다`는 미국의 메시지를 명확히 해준 뚜렷한 계기가 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리비아는 국가들의 공동체에 재진입하는 과정을 시작했다”면서 “미국과 훨씬 개선된 관계를 획득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또 다른 전리물은 이라크전과 같이 물리적 수단뿐 아니라 외교적 수단을 통해서도 더 큰 성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미국과 영국은 이라크전이 시작된 지난 3월부터 리비아와 WMD 포기 협상을 꾸준히 벌여 왔으며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비참한 말로를 지켜보면서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 원수의 심경이 적지 않은 변화를 겪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19일 리비아 선언과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군사적 수단 이상의 방법으로 위협에 대항하고 이를 평화적으로 패퇴시킬 수 있음이 입증됐다”며 외교적 접근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북한의 태도 변화 주시=관심은 북한으로 급격히 쏠리고 있다. 북한은 리비아의 선언에 대해 이렇다 할 반응은 즉각 보이지 않고 있다. 국제 정치 분석가들은 리비아의 이번 조치로 미국의 대 북한에 대한 직간접 압박은 한층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부시 대통령은 20일 “북한도 리비아와 같은 생각을 갖기를 기대한다“며 북한의 태도 변화를 주시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라크에 대해서는 전면적인 군사 공격을 통해, 리비아에 대해서는 9개월에 걸친 끈질긴 외교협상을 통해 WMD 확산 방지 효과를 이끌어냈다며 북한에 대해서는 군사와 외교 등 양 방향의 압박작전을 구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지금처럼 군사적 위협을 강조하는 한편 6자 회담 등 외교적 압박도 병행함으로써 북한에 대해 국제 고립이냐 아니면 핵포기와 그에 따른 국제사회 편입 중 양단간의 결정을 내리도록 수위를 높여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미 행정부가 그 동안의 선 핵포기 주장에서 벗어나 핵포기와 동시에 안전보장 및 경제지원을 동시에 진행할 수도 있다며 외교적 협상의 여지를 남겨놓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이병관기자 come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