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국민만 피곤하게 하는 정치 싸움

세상에서 제일가는 구경이 싸움구경과 불구경이라는 말이 있다. 인간 내면에 파괴적 본능이 잠재돼 있어서인지 아니면 억눌린 욕구가 그것을 통해 카타르시스로 승화되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범인(凡人)들에게 스릴과 흥미 만점의 재밋거리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여기에도 전제 조건은 있다. 자신에게는 피해가 돌아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에 볼 만한 싸움판이 벌어졌다. 언제는 안 그랬냐는 비아냥거림도 있겠지만 날이 갈수록 가관이니 기가 찰 노릇이다. 우선 중앙 무대에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나섰다. 자타가 공인하는 한나라당 내 유력 대선주자인 둘간의 싸움은 ‘이명박 X파일’로 불거져나와 ‘검증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여기에 이 전 시장의 비서관을 지낸 김유찬씨가 이 전 시장의 도덕성 문제를 담은 ‘이명박 리포트’라는 책을 출간할 예정이라고 하자 양측의 지원군과 응원군까지 가세, ‘수사기관 이첩’ ‘법정 대응’ 운운하며 전면전을 벌일 태세다. 한나라당 장내 대결뿐만 아니라 장외 대결도 열기를 더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진보 진영간의 대립이다. 최근 진보 진영에서 참여정부에 대한 비난이 일자 노 대통령은 지난 17일 직접 청와대 홈페이지에 ‘대한민국 진보, 달라져야 합니다’라는 기고문을 올려 진보 진영을 향해 유연성을 가지라고 충고했다. 노 대통령은 또 교조적 틀에 갇힌 진보 진영에 비해 참여정부의 노선은 ‘유연한 진보’라며 참신한(?) 신조어까지 선보였다. 기고문으로는 모자랐는지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설 연휴 직후인 20일 “일부 진보 세력의 비판은 관념적 좌파가 범하고 있는 의도적 범주의 착오”라는 현학적 언어로 거들고 나섰고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도 진보 진영과의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한데 두 싸움판이 재미보다는 보면 볼수록 짜증만 더해가는 게 기자만의 느낌일까. 민생에 허덕이는 국민들에게 흥미가 있을 리 없고 현재 권력과 미래의 예비 권력의 싸움판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바쁘시겠지만 인기 개그 프로그램인 ‘그만해~’라는 코너를 한번 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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