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드라기 부양책, 시장 외면에 출발부터 삐걱

장기저리대출 1차 접수 결과

826억유로 그쳐 예상치 미달

양적완화 압박 거세질 듯

중소기업과 가계에 장기저리 대출을 확대해 유럽 경기침체를 막으려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정책이 시장의 외면으로 출발부터 꼬이고 있다.

1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CB가 4년 만기 저리 조건(연리 0.15%)으로 최근 목표물 장기대출 프로그램(TLTRO)을 개시했지만 1차 신청접수 결과 826억유로에 그쳤다. 최근 블룸버그 조사에서는 1차 TLTRO에 1,740억 유로 규모의 융자신청이 몰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이에 크게 미달한 것이다.


ECB 관계자들은 오는 12월 실시하는 다음 TLTRO 접수 때는 신청실적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CB는 내년에 네 차례, 2016년에는 두 차례 더 TLTRO 대출을 실시할 예정이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당국의 기대와 크게 다르다. 시장조사기관인 ISI그룹의 크리슈나 구아 부회장은 "ECB는 자산매입을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TLTRO의 첫 신청실적으로 볼 때 목표달성이 어려워 보인다"고 내다봤다. 시장 일각에서는 유로 은행의 차입수요가 이전보다 줄어든데다 유로 지역 정부들의 소극적인 경기부양 기조에 실망한 점이 TLTRO 실적저조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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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대출을 늘리고 저물가에 대처하기 위해 ECB의 자산매입 규모를 1조유로 더 확대하려던 드라기 총재의 계획은 저조한 TLTRO 실적으로 타격을 받게 됐다. 이로써 ECB는 독일의 반대를 무릅쓰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양적완화 같은 급진적인 수단을 추가로 검토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됐다. 이미 금리가 바닥인 상황에서 ECB가 내수침체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여파로 타격을 입은 유로존 경제를 살릴 유일한 수단은 양적완화나 대규모 국채매입밖에 없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실제로 금융시장에서는 추가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돼 FTSE유로퍼스트300지수와 은행 주가 등이 오르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이런 가운데 유럽 최대 경제강국인 독일에서조차 디플레이션 위협이 실물경제 분야로 점차 확산된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FT는 독일 민간 연구기관인 DIW 대표의 의견을 빌려 "독일의 디플레이션 위험이 확연히 감지된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그만큼 더 강도 높은 경기부양책 요구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마침 주요20개국(G20)이 19일 호주에서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를 열어 유로존 경기회복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져 이번 회의 이후 드라기 총재가 한층 강도 높은 정책으로 전환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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