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중동 근로자, 그리고 오일머니

`지붕 없는 감옥이나 가라.` 중동지역에서 가장 심한 욕설 중의 하나다. 물론 유머다. 50도를 넘나드는 뜨거운 사막의 날씨에 지붕 없는 감옥에서 반나절만 있어도 그대로 사망한다는 애기다. 특히 걸프만 해안지역은 습도까지 많다. 50도 기온에 습도가 80%.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오죽하면 한 여름철에는 점심 휴식이 4시간이고, 대부분의 관공서는 오후 2시면 일을 끝낸다. 현지 주재원의 표현대로라면 에어컨이 있는 건물에서 밖으로 나오면 사우나에 들어선 것과 똑 같은 느낌이란다. 지난 연말 `떠오르는 이슬람 경제`취재를 위해 `열사의 땅`이라고 불리는 중동에 다녀왔다. 사막에 석유가 있는 한 황무지를 개발하기 위한 중동사람들의 의지는 끝이 없다. 때문에 대부분의 도시에서 너무도 쉽게 공사 현장을 볼 수 있었다. 두바이의 경우 우리가 소위 말하는 막노동자는 대부분 인도나 파키스탄 출신이었다. 최근에는 인구에서 국제 경쟁력을 갖고 있는 중국인들도 많이 중동에 들어오고 있다. 우리 업체들이 세운 지사들에서도 허드렛일들은 대부분 그들이 맡고 있었다. 문득 30여년 전을 생각 해 봤다. 지금 저 인도와 파키스탄 사람들이 있는 자리가 바로 우리 선배들이 자리였다. “가끔 차를 타고 건설현장을 지나다 더위에 지쳐있는 인도인들을 볼 때, 선배들이 생각나 눈물샘을 자극되곤 합니다.” 중동현지에서 10여년을 지내 온 주재원의 얘기다. 물론 아직도 허름한 콘센트 건물에서 고향을 잊고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들은 사막에 남아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단순한 막노동이 아닌 고부가를 창출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제 한국인과 한국기업은 중동에서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가전제품은 물론, 휴대폰, 자동차까지 글로벌 브랜드를 자랑하는 일본, 미국, 유럽 제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30여년 전 열사의 땅에서 벌어들인 오일머니는 한국경제 발전의 밑거름이 됐다. 덕분에 우리는 보다 편한 삶을 살수 있었다. 하지만 국내 경제 상황은 어떤가. 새해 들어서도 별로 나아지는 기미는 없다. 국회에서 한-칠레 FTA비준이 무산되고, LG카드 사태로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새로운 성장을 위한 용트림이 아닌 과거로 회귀하는 느낌이다. 30여년 중동 땅에서 비지 땀을 흘리며 일하던 선배들의 외침이 들려온다. `힘 모아 다시 뛰자`고. <강창현 (산업부 차장) chk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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