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은 이상종(57). 2000년대 초만 해도 '경매의 신'으로 불리던 사람이었다. '경매의 신'이라는 경지에서 어떻게 한순간에 사기꾼으로 전락한 것일까.
14일 법원과 검찰 등에 따르면 1990년대 법원에서 경매계장으로 근무하던 이씨는 2000년부터 부동산 경매 투자를 잇따라 성공시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대형 건물을 싼값에 경매로 낙찰 받아 찜질방·헬스클럽 등의 사업으로 막대한 시세차익을 남기는 이씨의 방식은 당시 화제가 됐다. 그가 대표로 있던 S레저그룹은 한때 계열사만 27개에 자산이 8,000억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무리한 사업팽창은 2007년 이후 글로벌 경기침체와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로 직격탄을 맞기 시작했다. 이씨는 위기를 넘기려고 돈을 여기저기서 마구잡이로 끌어오기 시작했다.
자신이 세운 부동산 실무교육기관인 서울GG아카데미의 수강생이 첫 타깃이었다. 이씨는 2007년 11~12월 자신을 따르던 수강생 100여명에게 "충남 아산시 아파트 경매 분양을 성공시키면 최대 300%까지 수익을 낼 수 있다" "내가 경매 9단 아니냐. 설혹 경매가 잘못되더라도 내 자산이 1조원이니 원금과 수익금은 보장해준다"라는 달콤한 말로 꼬드겨 65억원을 받아냈다. 하지만 이씨는 이 돈을 회사 빚을 갚거나 공사대금으로 써버렸다. 피해 수강생들이 뒤늦게 투자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자 이씨는 다른 수강생들로부터 비슷한 수법으로 6억8,500만원을 받아내 이를 피해 수강생에게 일부 돌려줬다.
이씨의 범행은 더욱 대담해졌다. 그는 한 대부업자에게 "내가 J저축은행 대주주인데 당신에게 은행 경영권과 51%의 지분을 팔겠다" 등의 말로 73억원을 가로챘다. 하지만 당시 J저축은행은 순자산이 마이너스 697억원에 이르러 파산 직전이었다. 또 자신이 추진하던 인천시 주안동 I쇼핑몰을 공사하는 하도급 업체들로부터 77억원의 차용금, I쇼핑몰 임차인의 보증금 8억원 등 닥치는 대로 가로챘다. 이씨는 I쇼핑몰에 들어온 분양자들에게 소유권을 이전해주지 않고 자신과 친동생들, 자신이 빚 지고 있는 사채업자와 은행들 앞으로 총 182억6,000만원 상당의 근저당권을 설정해주기도 했다. 그는 I쇼핑몰 시행사이던 S건설의 법인자금을 용도대로 사용하지 않고 다른 계열사의 대출금 이자를 갚는 데 쓰는 등 190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매의 신'으로 불리던 이씨가 졸지에 '사기의 신'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결국 그는 대부분의 계열사를 부도 내고 도주행각을 벌이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붙잡혀 구속됐다. 검찰은 이씨에 대해 413억원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배임과 189억원 횡령 혐의로 각각 기소했다.
하지만 검찰이 이씨의 여죄를 수사 중이어서 적용 혐의는 물론 피해금액도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이씨의 범죄액이 1,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씨에게 분양금 사기를 당한 김모씨는 "이씨는 평소에 자신이 4년 안에 정주영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둥 온갖 허풍으로 사람들을 현혹시켰다"며 "이씨에게 억대의 돈을 떼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도 있으며 피해자는 최소 수백명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의 다음 공판기일은 오는 2월25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