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일본을 제대로 알자

김도형 <계명대교수ㆍ일본학과>

최근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그간의 지적ㆍ물적 교류 네트워크가 심히 손상돼가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일전에 새내기 배움터에 동행했다가 ‘교수님 왜 일본을 전공해야 하지요’라는 질문을 수없이 받았고 일본 내 한국전문가마저 국내 학술대회에 선뜻 얼굴을 드러내기를 꺼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요즘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입과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공동의 적 중국을 견제해야 할 일본이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과 지방자치체를 부추겨 선린국을 벼랑으로 내몰고 일본을 배우려는 차세대에 실망을 안겨주는 이유가 무엇인가. 日제국주의 만행 은폐 기도 국정관리능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2차 대전 패전으로 반납하도록 돼 있는 엄연한 우리 국토의 일부를 자국령이라고 자라나는 세대에 가르치고 그토록 몸서리치는 일부 제국주의 지도자들의 만행을 은폐함으로써 무력한 차세대의 자학사관 탈피를 국책의 최우선 과제로 선정한 것인가. 기득권층은 현재의 일부 일본 젊은이들이 미래를 짊어질 그릇이 되지 못한다고 늘 불평해왔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역사교과서 검증과 헌법 개정이라면 이는 기득권층의 단견이요, 자위행위일 뿐이며 설령 그렇다 치더라도 그것이 지금 젊은이들의 책임일 수 있는가. 오히려 자신의 과거사를 제대로 정리하지 않고 도덕적 국제인이기를 포기한 일부 지도급 인사들의 행동거지를 보고 자랐기 때문이라고는 보지 않는지. 일본 교육의 최대 덕목은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는 것이거늘 국가는 왜 이를 실천하지 못하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전후 일본은 여러 차례 국내 위기가 있을 때마다 젊음을 옥죄는 교육지침을 시달해 자라나는 세대의 개성보다는 집단의식으로 무장함으로써 조직지향적인 양질의 인력으로 경제대국을 가능하게 했다고 믿고 있다. 이제는 자국의 글로벌기업 역군들이 외국인 앞에서 자국역사를 떳떳하게 이야기하며 일본 문화와 일본적 경영을 상대국에 뿌리내리고 첨단 제조기술과 기능을 세계문화유산으로서 축적해갈 수 있도록 교육지침과 역사교과서 검정 기준은 달라져야 한다. 이것이 보통국가의 역할이라고 본다. 우리는 어떤가. 상대방은 독도의 분쟁지역화 전략을 용의주도하게 구사하고 있는 동안 우리는 독도의 실효 점유와 지난 98년 한일 어업협정 15조(고유 영토와 12해리 영해 등 해양관할권에 대한 법적 지위는 전혀 훼손될 수 없다)만을 방패로 무대응으로 일관해왔다. 이러다 보니 적어도 중간수역에 편입된 독도 인근에서 조업이 가능해진 시마네현 어민들은 독도가 마치 자기네 영토인 것으로 착각했을 것 같다. 이뿐인가. 때마침 한ㆍ미동맹의 이완, 북한의 미사일, 핵, 일본인 인질 문제에 대한 한일의 입장 차이는 물론 경쟁국 전략을 도외시한 일종의 국가주의적 시각에서의 동북아중심국가론, 정보기술(IT)강국론과 한류 열풍이 근거 없는 대일 우위와 일본 부정론을 부추기고 대일 경각심을 이완시킴으로써 일본의 일부 보수세력의 득세를 허용한 것은 아닌지 자성할 때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겨진 최선의 대응책은 무엇인가. 비록 3류 지자체와 출판사의 행위라고 하더라도 과거사 날조와 식민 지배 정당화를 행정지도하는 일본은 결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세계평화와 국제질서를 규율해나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천명함으로써 UN 권능을 지키고 이를 위한 국제적 연대를 강화하는 길이다. 일본의 네오콘이 지원하는 새역모가 설정한 역사 왜곡 교과서 채택율을 10% 이하로 끌어내린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국제사회를 향해 일본과 공유하고자 하는 세계보편적 가치관을 분명히 제시하고 우리도 이를 실천해가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부터라도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일 전략ㆍ전술과 이를 위한 국내의 일본 지역 연구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 종합·체계적 對日전략 필요 정부와 해외 지역 연구집단간의 쌍방향 대화 채널이 지속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지금처럼 경쟁과 연대원칙 아래 상대방 전략과 전술을 있는 그대로 보고 자국의 대응을 세우기보다는 윗분 입맛에 맞도록 가공하는 일종의 국가주의적 접근법을 버리지 못한다면 어찌 주변국 정책성향과 의도를 꿰뚫고 발신정보의 신뢰성을 높이며 일본을 초극하는 동북아 정치경제질서의 균형자를 자임할 수 있겠는가. 이런 와중에도 우리 젊은이들은 서울장안 안마당에서 개최된 세계기업 도요타의 비법 강연회로 발길을 옮기고 있었다. 그래도 일본은 알아야 하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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