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가정파탄… 퇴직금 일주새 날리고…/주가500P 깨지던 날

◎객장은 “마치 초상집”/개인투자자 「깡통」 속출/증권사직원 손실 못이겨 해외도피까지주가가 연일 폭락하면서 주식투자로 퇴직금을 날리거나 가정마저 파탄에 이르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28일 주가지수가 연 4일 폭락, 5백포인트대 마저 무너져내리자 증권사 객장은 초상집 같은 분위기였다. 주가폭락으로 순식간에 재산을 날리고 빚더미에 앉은 개인투자자들은 주가하락으로 온통 퍼렇게 물든 주가 전광판을 망연자실 바라볼 뿐이다. 올초 20년간 다니던 회사에서 명예퇴직한 박모씨(48)는 퇴직금으로 받은 1억2천만원으로 주식투자에 나섰다가 말로만 듣던 「깡통」을 맞았다. 박씨는 지난 5월 신기술을 개발해 주가가 크게 오를 것이라는 증권사 직원의 말을 듣고 B사에 투자했다. B사 주가가 한달만에 20% 이상 오르자 증권사로부터 신용융자를 받아 주식을 더 사들였다. 그러나 최근들어 증시가 대폭락하면서 B사 주가는 하루아침에 반토막이 났다. 퇴직금을 고스란히 잃을 위기에 몰린 것이다. 박씨는 『직장생활로 모은 전재산이 일주일만에 날아갔습니다. 집사람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며 고개를 떨궜다. 가정주부 김모씨(32)는 최근 증권사 객장에서 거의 살다시피 한다. 김씨는 남편 몰래 탄 곗돈으로 주식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보고 거액의 빚까지 지자 스스로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김씨는 억울해서라도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며 돈을 끌어다 다시 투자를 했지만 이번 주가 대폭락으로 완전히 파산상태가 됐다. 증권사 직원들도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고객의 돈을 운영해주다가 큰 손실을 입은 S증권사 장모과장(34)은 투자손실을 감당할 수 없어 해외로 도피했다. 회사에는 미국에 있는 동생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으로 하고 비자를 받아서는 1주일째 귀국하지 않고 있다. 또 다른 S증권 역삼지점 서모대리(32)는 최근 전세돈 5천만원을 빼서 달동네 1천만원짜리 단칸방 전세로 옮겼다. 서씨는 4천만원으로 빚을 갚고 새롭게 시작하려고 집을 줄였지만 아내와 자식들 보기가 민망해 제시간에 퇴근을 못하고 있다. D증권의 김모과장(38)은 『퇴직금 중간정산 받은 돈마저 날리자 아예 회사에 나오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증권계 짠밥 10년만에 알거지가 됐다』고 한탄했다.<정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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