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성 한국은행 조사국 과장은 4일 발표한 '주택시장의 월세주거비 상승이 소비 및 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진단했다.
보고서는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가구의 소비성향을 분석한 결과 월세주거비가 1% 상승하면 전체 가계 소비는 0.02%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소득구간별로는 저소득층의 소비가 0.09% 줄었고 중소득은 0.02% 감소했다. 반면 월세 증가가 고소득층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차이는 소득이 낮을수록 월세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소득 하위 20%의 월세 비중은 33%에 달했던 반면 상위 20% 중 월세 거주 비중은 8.1%에 불과했다.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한 집주인이 월세 수입의 대부분을 저축하면서 월세 상승이 세입자의 소비를 줄였지만 집주인의 소비 증가로는 이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일수록 월세 주거 비중이 높아 월세가 오르면 소득분배도 악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소득 상위 20%의 평균소득을 하위 20%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의 월세주거비에 대한 탄력성을 0.5 정도로 추산했다. 월세가 1% 오르면 소득격차가 0.5%가량 커진다는 뜻이다.
김 과장은 "여전히 전세 비중이 크기 때문에 월세 상승의 이런 영향이 과도기적 현상인지 중장기적으로 지속될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전제하면서도 "월세 상승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저소득층의 소득 기반을 확충하려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