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1월 근로자복지기본법이 제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운영된 우리사주제는 ‘유상증자시 (근로자) 우선배정’이 골격이다. 하지만 이 같은 원칙은 근로자가 주가하락에 따른 손실을 그대로 떠안는다는 게 단점이다.
이렇다 보니 우선배정을 통한 우리사주 취득비율이 2001년 71.5%에서 현재는 30% 이하로 하락하는 등 우리사주제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특히 주식의 소유를 통해 다른 회사를 지배하는 지주회사 증가는 우리사주제 활성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오는 10월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우리사주제는 이 같은 단점을 대폭 보완한 것이 특징이다. 지주회사의 지배를 받는 자ㆍ손자회사도 우리사주 조합원이 될 수 있다. 임원의 전유물로 인식됐던 스톡옵션도 가능해지고 상장회사도 근로자가 직접 인수합병(M&A)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장치는 선진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어 제도 측면만 놓고 봤을 때 우리사주제는 완벽한 모양새를 갖추게 되는 셈이다.
◇10월부터 어떻게 달라지나=스톡옵션형이 도입되고 차입형 우리사주제 대상이 상장기업으로 확대된다. 우리사주조합의 조합원 자격 범위도 늘어나고 조합 해산절차도 간소화된다. 이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스톡옵션형 도입과 차입형 대상 확대다
스톡옵션형은 말 그대로 회사 주식을 10~30%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게 한 제도다. 근로자에게 부여되는 주식의 한도는 발행주식 총수의 20% 이내로 조합원은 이를 1년간 의무 예탁한 뒤 팔 수 있다. 이 제도는 미국과 영국에서 운영 중인 전 종업원을 대상으로 한 스톡옵션제(미국 주식매수제도, 영국 저축관련 주식옵션제도)와 비슷한 구조다.
차입형은 현재 비상장기업만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10월부터는 상장회사 등 모든 기업으로 확대된다. 이 제도는 우리사주 조합이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해 주식을 취득하고 장기간에 걸쳐 회사 출연금으로 상환하는 제도. 즉 회사의 미래수익을 담보로 돈을 빌려 주식을 취득하는 것을 뜻한다.
◇차입형 우리사주제, M&A 변수로 등장=차입형 우리사주제가 모든 기업으로 확대되면 상장법인 M&A시 우리사주조합이 새 변수로 등장하게 된다. 정부가 상장법인에 차입형 제도 적용을 제한해왔던 이유는 경영권 방어 등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10월부터는 차입형 우리사주제가 전면 시행돼 M&A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재정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경영사정이 어려운 기업은 다른 회사에 인수되기보다 근로자에게 지분을 일부 넘겨주는 현상도 예상되고 있다”며 “상장사 M&A 과정에서 우리사주조합의 영향력이 더욱 막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침체된 우리사주제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사주 수탁기관인 증권금융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우리사주조합에서 증권금융에 예탁하고 있는 주식 수는 3억1,795만주로 평가총액이 3조7,415억원이다.
평가총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주가변동에 따른 손실 우려로 우선배정 주식 수는 감소하고 있다. 우선배정하는 비중이 3월 말 27.2%로 떨어졌다. 증권금융의 한 관계자는 “최근 시장을 통한 직접 매입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라며 “스톡옵션형 등이 도입되면 좀더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