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10월 10일] 새벽은 온다

“IMF 때보다도 훨씬 더 불안합니다.” 최근에 만난 건설업체 한 임원은 점심을 함께 하는 자리에서 IMF 때는 멋도 모르고 느닷없이 뒤통수를 맞는 바람에 나중에서야 아픈 줄 알았지만 요즘은 알 수 없는 공포감에 지레 겁먹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임원으로 경제적으로나 사회적 지위로나 10년 전보다 훨씬 더 안정돼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그가 IMF 때보다 더 불안하다니 그 같은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이성적 공포’로 지칭되는 지금의 불안심리는 지난 IMF 때 겪었던 학습효과 때문에 강도가 훨씬 더 센 불안과 공포로 다가오고 있는지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어지럼증을 일으킬 만큼 연일 쏟아지는 급박한 뉴스들은 마치 세상이 거덜 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환율은 수직으로 치솟고 주가는 요동치고 있는데다 부동산은 거품이 붕괴돼 반토막 날 수도 있다는 위협스러운 전망에 아무렇지 않게 무덤덤하다면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한 노릇이다. 게다가 실물경기까지 어려워 질 것이라는 우려가 이제 사실처럼 굳어지면서 서민들로서는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IMF체제로 돌아가 또다시 고통의 질곡에 빠지는 게 아닌가 공포와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정부가 작금의 위기상황을 진화하고 무마하기 위해 꺼내놓는 갖가지 통계수치와 근거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객관적인 정황만을 놓고 본다면 10년 전과 지금의 상황은 분명히 다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지금의 널뛰기 경제 상황에 대해 심각한 공포감을 느끼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내가 너를 모르는데 넌들 나를 알겠느냐’는 식의 나만 살겠다는 생각은 지금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는커녕 공멸의 지름길에 한발 더 다가서기 십상이다. 문제는 태평양을 건너온 이 공포의 그림자가 언제 어떻게 걷힐지 모르기 때문에 더욱더 불안한 것이다. 공포심은 불안처럼 낯설고 위험한 환경에서 느끼는 정서적 반응이라고 한다. 불안이 막연하고 비이성적인 위험과 관련된 것이라면 공포는 구체적인 대상이 있는 위험에 대한 반응이다. 따라서 지금의 공포감은 그 원인과 실체가 분명하다는 점에서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 물론 공포감을 극복하고자 하는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자세와 노력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국가 지도자의 헌신적인 모습이야 말로 공포감의 확산을 차단하는 데 절대적이다. ‘우리가 유일하게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입니다.’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취임사에서 대공황에 빠진 미국을 구하기 위해 화려한 미사여구보다는 국민들의 용기를 북돋우는 취임사로 국민들을 안심시켰다. 실업률이 무려 20%가 넘을 만큼 대공황의 공포가 미국을 짓누르는 상황에서 국가를 발전시키려는 정부의 계획과 노력을 무지하게 만들지 모를 비이성적이고 집단적인 공포를 경계한 것이다. 역사를 돌이켜 볼 때 희망의 불빛이 가물거렸던 시대일수록 솔직하고 용기 있는 지도력만이 국민들로부터 이해와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항상 쉼 없이 변화를 하고 있고 그 와중에서 인간도 적응해 가면서 역시 따라서 변화한다. 성주괴멸의 이치에 의해 쉼 없이 기승전결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 세상이므로 언젠가는 지금의 이 혼란과 공포도 끝날 게 분명하다. 너무 불안해 하거나 지나친 공포감으로 움츠러들기보다는 이 위기를 극복하고 헤쳐나가고자 하는 마음 자세가 필요한 때다 비록 오늘의 불안감과 공포가 우리를 짓누를 지라도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부하뇌동하기보다는 중심을 잡고 두 눈을 부릅뜨고 세상을 똑바로 바라본다면 지금의 위기상황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아울러 지금의 위기 상황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대통령의 자신감 있는 말 한마디는 그 어떤 처방보다도 탁월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처방전만 쑥 내미는 의사보다는 말 한마디라도 친절하고 상세하게 설명하는 의사에게 환자는 더 믿음이 가게 마련이다.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했다.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오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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