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지점장 '인플레 시대'

이제 웬만하면 지점장이다. 은행들이 획일적 대형점포 전략에서 벗어나 특화형 소형점포, 복수점포장 제도를 도입하면서 지점장 정원 자체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이 밀집한 명동에서 「지점장!」하고 소리치면 40대 넥타이의 절반이 고개를 돌린다는 우스개도 나오고 있다.국내최대 은행인 한빛은행이 지난 5일자로 발령낸 지점장 290명중에 지점장 경험자는 41명뿐이다. 249명은 난생 처음 지점장이 된 사람들이다. 차장급인 3급 직원이 대부분. 한꺼번에 이만큼의 은행원이 지점장 반열에 오른 것은 국내은행 사상 처음이다. 외환위기를 전후해 이례적 인사로 꼽히던 「30대 지점장 전격 발탁」 같은 사례가 보편화하고 있는 셈이다. 숫자가 늘어나면서 권한과 사회적 지위, 예우도 이전에 못 미친다. 지점장이 지역유지로 행세하던 시절은 훨씬 전에 가버렸다. 대출결정도 큰 것은 위로, 적은 단위는 실무자들이 챙기게 되어 있다. 지점 직원들도 전부 휘하에 있는게 아니다. 같은 지점이라도 개인금융과 기업금융 지점장이 나눠지면서 부하직원수도 절반이 줄었다. 지점장 재량으로 사용하는 판공비도 줄었고 차량도 없어졌다. 한빛뿐 아니라 하나·신한·주택 등 복수지점장제도를 도입·운용중인 은행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앞으로도 복수지점장, 소형점포제를 도입할 은행은 더욱 늘어날 예정. 지점장 인플레 현상도 은행권의 자연스런 풍속도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과거와 달라진 지점장의 역활와 기능이 금융산업 선진화를 이끄는 바탕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빛은행 정기상(鄭驥上) 인사부장은『 새로운 지점운영제도는 한국금융계의 영업행태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계기가 될것』이라고 말했다. 당사자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이익 중심의 실무형 지점장 역을 소화해내겠다는게 주류지만 다소 서운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중반까지 지점 차장으로 있다가 본점에 들어와 이번에 지점장 발령을 받은 한 신임지점장은 『불과 1년전의 지점분위기와 지점장의 위치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변했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아! 옛날이여」. 권홍우기자HONGW@SED.CO.KR

관련기사



권홍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