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거인에게 길을 묻다] <중> '인재제일'의 경영철학

"기업은 사람… 人材 모으고 육성하는데 내 인생 80% 보내"<br>국내 첫 '공채' 도입하고 교육 프로그램등 만들어<br>'호암사상' 지금도 이어져 매년 500억원 이상 투자

호암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이 생전에 신입사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호암은 신 입사원 채용시 직접 면접을 하고 선발 후 교육 스케줄을 챙길 정도로 인재발굴 및 양성에 힘을 쏟았다. /사진제공=삼성

SetSectionName(); [거인에게 길을 묻다] '인재제일'의 경영철학 "기업은 사람… 人材 모으고 육성하는데 내 인생 80% 보내"국내 첫 '공채' 도입하고 교육 프로그램등 만들어'호암사상' 지금도 이어져 매년 500억원 이상 투자 노희영기자 nevermind@sed.co.kr 호암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이 생전에 신입사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호암은 신 입사원 채용시 직접 면접을 하고 선발 후 교육 스케줄을 챙길 정도로 인재발굴 및 양성에 힘을 쏟았다. /사진제공=삼성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올해 초 50기 삼성 신입사원 교육이 실시된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에는 혁명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연수원 내에서 펜과 종이가 사라진 것. 대신 신입사원들의 손에는 '넷북'이 하나씩 들려 있었다. 이전 기수들이 매일 교육을 마치고 '수련장'에 손으로 일기를 썼다면 신입사원들은 넷북으로 전자문서를 작성하고 사내 개인 ' 블로그'에 소감을 적어 올렸다. 연수방식도 인터넷을 통해 완벽한 양방 간(fully-interactive) 커뮤니케이션 형태로 변했다. 수백명의 피드백이 단 몇 초 만에 이뤄지면서 진정한 의미의 '참여형 연수'가 가능해진 것이다. 지난 1월 신입사원 대상의 강의를 위해 연수원에 다녀온 유석렬 삼성토탈 사장은 "예전에는 연수원에 갔다 와도 기억에 남는 것이 별로 없었는데 올해 신입사원들은 교육내용을 모두 컴퓨터 파일로 기록해 30~40년 뒤에도 연수 때 뭘 했는지 기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삼성그룹의 '혁신적' 인재교육은 바로 호암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의 '인재제일(人材第一)' 경영철학에서 비롯됐다. 호암은 "기업은 사람"이라며 인재를 발굴, 육성하는 일을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1957년 국내 최초로 공개채용제도를 도입하고 체계적인 직원교육 프로그램을 만든 기업가도 바로 호암이었다. 사원연수원 역시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삼성이 설립했다. 이 같은 호암의 인재중시 사상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삼성은 각 계열사가 자금을 갹출해 인재교육에 연간 50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삼성 인재교육의 특징은 신입사원 교육에서부터 예비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준비과정까지 대상을 세분화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비했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해 5월 처음 개설한 예비 CEO 대상 '삼성CEO아카데미'는 국내 기업 최초로 도입한 CEO 후계자양성(succession planning) 프로그램이다. 부사장들을 대상으로 CEO가 됐을 때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이들의 잠재능력을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경영성과연구(케이스스터디)는 물론이고 인문학 및 명품 디자인 체험 등 예비 CEO들의 오감(五感)을 모두 자극해 발달시킨다. 삼성과 함께 이 프로그램을 준비한 정동일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예비 CEO 과정을 통해 이들이 CEO가 된 후 업무파악 등으로 발생하는 공백기를 최소화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또 "삼성은 인재양성을 기업 '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면서 "개개인의 역량개발뿐 아니라 삼성그룹이 세계적인 리딩 기업으로 지속 가능한 혁신을 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렇게 삼성의 인재교육 방식은 시대변화를 반영하고 더 나아가 시대를 앞서가면서 진화하고 있지만 바탕에는 호암의 인재제일 사상이 깔려 있다. 그는 신입사원 채용면접 때마다 참석할 정도로 인재발굴에 열성을 보였다. 필기시험 성적 못지 않게 사람의 됨됨이도 살펴야 한다는 소신 때문이었다. 또 신입사원을 선발한 뒤에는 이들을 대구 제일모직 공장과 부산 제일제당 공장으로 보내 현장실습을 하도록 했다. 호암이 생전에 자택 거실에 신입사원 교육 스케줄을 걸어놓고 수시로 검토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호암은 일찌감치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역설하며 임직원의 외국어 교육을 강조하기도 했다. 1982년 준공한 삼성종합연수원(현재 삼성인력개발원)에는 당시 최고 수준의 외국어실습실을 설치했다. 이후 삼성은 '해외지역전문가제도'를 도입해 자기 업무에서 일정 수준 성과를 올린 직원들이 1년간 원하는 해외지역에서 마음껏 현지 문화와 관습을 배울 수 있도록 했다. 임원부터 말단 직원에 이르기까지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리더십과 혁신역량을 배양할 수 있도록 한 '리더십개발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사내 마케팅 인력들에게 상황대처 능력과 실천력을 심어주는 '글로벌마케팅연구소'나 해외 주요 대학과 연계해 기술 엔지니어들에게 첨단기술을 교육하는 '첨단기술연구소' 등도 삼성의 대표적인 교육제도다. 2002년 이우에 사토시 산요 사장은 삼성인력개발원을 방문해 삼성의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에 감동받아 이를 배우기 위한 경영교육 콘텐츠를 구매해가기도 했다. 호암이 1980년 전경련 강연에서 한 연설에서는 그의 인재경영에 대한 철학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나는 내 일생을 통해 한 80%는 인재를 모으고 기르고 육성시키는 데 시간을 보냈습니다. 삼성이 발전한 것도 유능한 인재를 많이 기용한 결과입니다." ['한국경제 대부' 거인에게 길을 묻다] 기획·연재기사 전체보기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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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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