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디자인 입은 술 젊어졌네

'눈으로 마시는' 트렌드 맞춰

하이트진로·페르노카코리아 등 유명 디자이너 초빙·전담팀 구성

차별화된 제품 패키지 선봬

주소비층 부상 2030세대 공략

하이트진로 '더 클래스'

롯데주류 '클라우드'

임페리얼 20주년 리미티드 에디션

# 지난 9일 '임페리얼 20주년 리미티드 에디션' 출시 행사가 열린 청담동 A 갤러리. 방문객들의 탄성이 곳곳에서 나왔다. 파격적이고 색다른 패키지 디자인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 것. 두껍고 둔탁해 보이는 유리병, 상표명과 가문의 상징으로 빼곡히 덮인 고리타분한 위스키 라벨은 온데 간 데 없었다. 대신 숫자 '20'과 영문 '임페리얼'을 품은 순백색과 비색의 병에는 백자와 청자, 태극기에서 따온 한국의 미가 우아하게 빛났다. 간결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디자인 덕에 임페리얼은 새롭게 태어났다.

묵직한 용기를 고수하던 주류업계가 유명 디자이너와 손잡고 패키지 미학을 선보이며 젊은 술로 거듭나고 있다. 과거 접대시장을 발판삼아 성장한 주류 브랜드들이 최근 몇 년 새 저도주 열풍으로 주춤한 가운데 핵심 소비자로 부상한 젊은 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다. 실제 세련된 디자인으로 눈길을 끈 수입 맥주군은 젊은 층에서 오감으로 즐기는 술로 각광받으며 10년 새 수입량이 4배 이상 늘었다.

이처럼 '눈으로 먹고 마시는' 젊은 애주가들이 늘어나자 주류업계는 유명 디자이너를 모시거나 디자인 전담팀을 가동해 백화점 쇼윈도에 세워놔도 될 만큼 차별화된 제품 패키지를 속속 내놓기 시작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포장 패키지의 변신은 젊은 고객층을 끌어들일 수 있을 뿐더러 브랜드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불황기 최고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임페리얼 한정판은 대표적 사례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산업디자인 거장인 김영세 디자이너와 손잡고 한국 미를 형상화한 '모던 코리아'를 주제로 차별화한 패키지 디자인을 선보였다. 유호성 페르노리카코리아 본부장은 "성공적 비즈니스를 의미했던 위스키는 이제 현대적 감각과 문화를 상징하는 술로 변화하고 있다"며 "위스키는 맛과 향이 지닌 본질이 중요하지만 소비자가 그 본질을 포장한 패키지를 보고 느끼며 만족할 수 있는 디자인 요소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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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에서 지난 4월 출시한 '더 클래스' 역시 개발단계부터 '세련된 30대를 위한 젊은 위스키'를 목표로 잡고 디자인에 힘을 쏟았다. 멋들어지게 정장을 차려입은 남성을 떠오르게 하는 이 패키지는 코카콜라와 하이네켄 등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했던 시모어 파월 디자이너 작품이다. 이영목 하이트진로 상무는 "예전 위스키 제품은 선이 복잡했는데 미니멀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시장 추세에 따라 최대한 간결하게 꾸몄다"며 "위스키뿐 아니라 맥주나 소주도 젊은 층에 다가서기 위해 감각적인 패키지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젊은 패키지 디자인은 고도주 시장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하이네켄이 2월 내놓은 '클럽 보틀'도 세계적인 그래픽 아티스트 매트무어가 독창적인 디자인을 적용한 패키지로 이목을 끌었다. 병 표면에 UV잉크가 특수처리돼 UV조명을 받으면 숨어 있던 화려한 디자인이 드러나 클럽 등에서 인기가 높다.

정통 독일 맥주의 맛과 멋을 겨냥한 롯데주류의 '클라우드'도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였다. 사내 디자인팀은 즐거운 축제를 상징하는 호른과 맥주 원료인 보리와 홉을 모티브로 삼은 브랜드 심볼에 고급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골드색상을 최대한 활용했다. '뉴하이트' 맥주는 제품 디자인팀과 전문 디자인 인력이 힘을 합쳐 아이스 포인트라는 제조 공정과 1933년부터 시작된 역사를 인포그래프 디자인으로 표현해 자칫 식상할 수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되살리는 데 힘을 쏟았다.

업계 관계자는 "젊은 층에서 수입 맥주가 인기를 끈 데는 세련된 라벨과 병 디자인도 한 몫 했다"며 "눈으로 마시는 트렌드를 좇아 주류업체들이 브랜드 가치를 담은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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