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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인한 '유급'에 1m 버디 퍼트에 실패해 우승을 놓치는 악몽까지…. '비운의 골퍼'라는 꼬리표는 박성현(22·넵스)의 바로 등 뒤까지 쫓아오고 있었다. 한 번 더 불운을 떨치지 못한다면 피할 길이 없어 보였다.
21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GC(파72·6,635야드)에서 계속된 기아자동차 제29회 한국여자오픈(총상금 7억원). 박성현은 5타 차 앞선 단독 선두로 마지막 4라운드를 맞았다. 18홀을 남기고 2위와 5타 차라면 싱거운 승부를 예상 하겠지만 추격자는 바로 이정민(23·비씨카드)이었다. 2주 전 통한의 역전패를 당했을 때 상대가 바로 이정민. 3타 차 1위였던 박성현은 마지막 홀에서 1m 버디 퍼트만 넣었다면 우승이었지만 그걸 놓쳤고 결국 연장 끝에 이정민에게 져 눈물을 쏟았다.
2주 만에 챔피언 조에서 만난 둘의 결투는 이번에도 불꽃을 일으켰다. 12번홀까지 1타를 줄이며 우승에 다가가던 박성현은 13번홀(파4) 보기로 주춤하더니 14번홀(파5)에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티샷이 오른쪽 해저드에 빠진 것. 세 번째 샷을 페어웨이에 떨어뜨렸으나 이번에는 네 번째 샷이 오른쪽으로 날아갔다. 불행 중 다행으로 물 바로 앞에서 벙커가 공을 막아줬다. 박성현은 6온 2퍼트 트리플 보기로 3타를 한꺼번에 잃었다. 이 홀을 이정민은 파로 막아 둘의 거리는 5타에서 순식간에 2타로 좁혀졌다. 4홀 남기고 2타 차…. 승부는 안갯속으로 빠졌다.
15번홀(파4)에서도 티샷이 오른쪽 벙커에 빠지는 등 홀을 거듭할수록 눈에 띄게 흔들리던 박성현은 그러나 까다로운 벙커샷을 바로 그린에 올렸다. 이 홀에서 파를 적으며 타수 차를 유지한 박성현은 이후 보기 2개로 1타 차까지 추격당했으나 끝내 선두를 뺏기지는 않았다. 역전패의 악몽이 다시 떠오를 즈음인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박성현은 티샷을 이정민보다 더 멀리 페어웨이에 안착시켰고 171m 거리에서 아이언으로 그린에 올렸다. 박성현은 파, 이정민은 보기. 혈투는 2타 차로 마무리됐다. 최종합계 1오버파와 3오버파.
'불운의 아이콘'이 될 뻔한 상황을 딛고 '메이저 퀸'에 오른 박성현은 우승 상금 2억원을 거머쥐었다. 지난해 데뷔 후 첫 우승. 2주 전 겨뤘던 이정민과의 '리턴 매치'를 설욕전으로 장식해 더욱 짜릿했다. 드라이버로 270야드를 펑펑 날리는 장타자 박성현은 2013년 드림투어(2부투어)에서 상금왕을 차지해 1부투어에 입성했다. 사실 1부투어 데뷔는 교통사고만 아니었다면 2013년에 할 수 있었다. 1부투어 출전권이 걸린 2012년 11월 시드전을 치르러 전남 무안으로 이동하다 박성현의 가족은 뒤차에 들이받히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사고로 목을 다친 몸으로 강행한 시드전에서 박성현은 1타 차로 떨어졌다. "친구들은 전부 1부에 올라가고…. 그때가 참 힘들었다"고 돌아본 박성현은 1부투어 진출 2년차에 가장 큰 대회 중 하나를 우승하며 전인지, 김효주를 잇는 스타 탄생을 선언했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 김효주는 7오버파 공동 9위, 2013년 우승자 전인지는 14오버파 공동 26위로 마쳤다. 전인지는 이날 12번홀 러프에서 왼쪽 발목을 접질려 남은 홀에서 정상적인 경기가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