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對이란교역금지 어겼어도 당사자간 계약무효"

법원, 美은행에 대금지급 판결무역회사가 테러지원국 이란에 대한 경제적 제재를 위해 만들어진 '대이란거래규정(Iranian Transaction Regulation)'을 어겼을지라도 무역 당사자들 간에 체결한 사법(私法)상 계약은 유효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민사합의21부(재판장 최철 부장판사)는 18일 지난해 12월 파산한 해태상사가 "미국 회사가 생산한 공장설비를 이란에 수출했다는 이유로 신용장 대금지급을 거부한 것은 부당하다"며 미국의 뱅크원 은행을 상대로 낸 신용장 대금 청구소송에서 "은행은 42만5,000달러를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대이란거래규정은 미국이 테러지원국으로 분류한 이란에 대해 경제적 압박을 가하기 위해 제정한 것"이라며 "비록 이 규정이 이란과 무역을 하거나 금융을 제공한 자국민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한 행정명령이지만 당사자간 계약의 효력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는 무허가 술집을 운영하는 업주가 처벌되더라도 이곳에서 술을 마신 손님들은 업주에게 술값을 내야 하는 것과 같은 원리"라며 "대이란거래규정도 일방당사자(자국민)에 대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지만 개인들간의 계약 효력까지 부정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해태상사는 미국 트렌코 제트코가 제작한 공장설비를 이란 슈거케인에 판매했지만 트렌코 측이 제대로 하자보증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자 우선 슈거케인에 42만5,000달러를 지급한 뒤 슈거케인의 신용장이 개설된 이 은행을 상대로 대금지급을 요구했지만 "이란과 교역을 금지하고 있는 자국 규정을 어겼다"며 거절하자 소송을 냈다. 미국은 지난 95년 행정명령으로 대이란거래규정을 제정, 자국이 테러지원국으로 분류한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 수단으로 미 재무부의 승인 없이 자국민이 재화 등을 이란에 수출하거나 제3국을 통해 금융을 제공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안길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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