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0월 17일] 금융위기, 욕심과 파국의 역사

얼마 전 월가의 유수 투자은행에서 일했던 애널리스트를 인터뷰했을 때 일이다. 약세장이 언제 끝날지에 대한 물음에 그는 “누가 알겠냐”고 반문한 뒤 과거 침체장과 비교한 수치를 들며 이번 금융위기에 따른 하락폭이 3분의2 수준밖에 안됐으니 앞으로 더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전략가의 심오한 대답을 기대했던 터라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현 상황이 100년 만에 한번 올까 말까 한 위기라는 점에서 ‘과거의 사례라도 한번 참고해보자’는 시도 정도로 이해하고 질문을 갈무리했다. 요즘 증권가에서도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금융위기가 터지자 과거 금융위기 역사에 대한 회고가 한창이다. 더 이상 주식 매도ㆍ매수의 동어반복을 할 수 없는 애널리스트들과 증권담당 기자들도 과거 데이터에 주목한다. 재미있는 점은 금융위기의 역사는 반복돼왔다는 점이다. 인간의 탐욕으로 버블이 만들어지고 이후 결국 버블이 꺼지고 만다. 시장의 붕괴를 막기 위해 정부가 반시장적 조치를 취하고 이에 일시적으로 시장은 안도하는 듯했다가 결국 실물경기 침체가 엄습하면서 경기는 끝장을 보는 사이클이다. 그 과정에서 큰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땅을 치고 후회하지만 비싼 수업료를 치른 대가는 크지 않는 듯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의 근본 원인은 결국 이성을 초월하는 인간의 욕심 때문이었다는 월가 기관투자가의 자조적인 지적이 있었다. 더 많은 돈을 벌기에 혈안이 된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이 무리한 대출을 감행하고 이를 파생상품으로 그럴 듯하게 포장해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터지면서 금융위기가 촉발됐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도 과거 네덜란드의 튤립투기, 미국의 대공황, 일본의 부동산 버블,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 사건에 이어 금융위기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으로 이름을 올릴 것이다. 역사를 알면서도 인류는 종종 위험을 피해가지 못했다. 결국 이번 위기도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되겠지만 먼 미래에 오늘과 같은 욕심과 파국의 역사가 또 되풀이 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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