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산학협동 벤처정신 '변질'

산학협동 벤처정신 '변질'대학의 첨단기술을 산업현장에 접목시켜 기술대국 건설에 일조하겠다며 출범한 산·학협동 벤처기업들의 창업정신이 변질되고 있다. 이익금과 지분을 놓고 이면계약을 맺는가 하면, 경영권 다툼을 벌이다 파산을 자초하는 등 기술개발은 뒷전이고 제몫찾기에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반도체 핵심소재를 생산하는 H제조벤처업체의 경우 국내 반도체ㆍ기초소재의 권위자인 K대 P교수가 수년간 연구개발한 아이템이 상품화를 앞두고 사장될 위기에 놓였으나 울산의 중소업체가 P교수를 찾아가 공동양산을 제안해 지난해 5억원의 자본금으로 설립됐다. 이 과정에서 P교수는 그동안 기술개발에 들어간 장비구입비와 인건비 명목으로 중소업체에게 금전적인 보상을 요구했다. 이에 업체는 미완의 대박을 기대하며 흔쾌히 P교수에게 10억원을 전달했다. 그러나 P교수는 특허출원을 앞두고 중소업체에게 20억원을 추가로 요구했다. 회사 경영에 완전히 손을 떼는 대신 연구개발의 공로와 들어간 장비구입비를 추가로 보전해달라는 것이다. 연간 매출액이 40억원 수준인 이 업체는 자금난을 겪고 있었던 터라 더 이상 요구를 들어주기 어렵게 됐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P교수는 연구를 도중에 그만뒀다. 결국 H사는 독자개발에 나섰고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지난해 말 상품화에 성공했다. 예정보다 1년이 더 걸렸고 10억원의 연구개발비가 더 들어갔다. 건축분야 벤처업체 K(50) 사장은 지난 5월 U대학과 신기술 개발을 위한 산ㆍ학 협력 조인식을 갖고 관련법에 따라 국ㆍ시비 지원금 1억5,000만원과 자체 부담금 5,000만원 등 2억여원의 연구비를 대학측에 전달했다. 그러나 K사장은 조인식 체결 직후 공동개발에 나서기로 한 교수로부터 따로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고 담당교수는 개발을 시작한 날로부터 5년이 지난 시점부터 순이익의 절반을 나눠 갖자며 이면계약을 요구했다. K사장은 연구개발부터 상품화까지 들어가는 비용이 엄청나고 실패할 경우 회사가 파산할 수도 있어 수익금을 절반으로 나누자는 요구에 망설였지만 신상품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살아날 수 없다는 절박감에 이면계약을 받아들였다. 광통신분야 벤처기업인 L업체는 교수와 파트너인 중소업체 사장의 경영권 다툼으로 파산한 경우다. 이 회사는 지난 98년 무선 광통신기기를 제작하기 위해 부산 모 대학 교수와 울산의 한 제조업체가 손을 잡고 세계 통신시장 석권의 야심을 가지고 창업했다. 창업 직후 대기업과 창업투자회사 등에서 투자제의가 잇따르자 교수와 사장간의 의견이 엇갈렸다. 자금난이 있더라도 독자생존의 길을 걷자는 교수와 막대한 소요자금을 감당할 수 없다며 지분을 넘겨 투자를 받자는 사장의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결국 양측은 결별해 교수는 다시 독자 창업에 나섰고 사장은 그동안 전수받은 기술과 연구기자재를 다른 중소업체에게 돈을 받고 팔아 넘겼다. K사장은 『형식상 산학협력을 한다며 조인식을 갖지만 연구교수와 참여업체가 별도의 이면계약을 맺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스톡옵션 방식의 주식분배 방식보다는 현금보상과 순이익의 분배를 놓고 갈등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김광수기자 KSKIM@SED.CO.KR 김광수기자KSKIM@SED.CO.KR 입력시간 2000/09/20 17:22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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