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비한 임금삭감·감원 「포드의 잭나이프」 악명/대대적 구조개편·경비절감 위해 전격 발탁/일각선 “무리수 둬 직원사기 엉망” 비난도『참을 만큼 참았다. 더 이상 우리를 놀라게 하지 마라』. 지난 11월 로베르토 고이주에타 코카콜라 회장 등 미포드자동차 외부이사진 11명은 이사회 모임을 갖고 알렉산더 J. 트로트만 포드회장에게 최후통첩을 보냈다. 95년 초부터 시작된 포드의 대대적인 구조개편프로그램인 「포드2000」이 정상궤도에 오를 기미가 보이지않고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구조조정에 따를 내부혼란으로 그나마 흑자를 보이던 영업실적이 올해엔 적자로 빠져들 상황이다.
지금 포드는 갈 길이 멀다. 빅3중 비용은 가장많이 드는 반면 이익은 가장 저조하다. 트로트만이 외치고 있는 5% 이익률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95년 1.9%에서 지난해엔 1.4%로 뚝 떨어졌다. 지난해 44억달러의 순익을 냈으나 이중 2/3가 금융부분에서 거둬들인 실정. 「비용절감」이 문제의 핵심으로 떠오른 것이다.
트로트만은 이같은 위기상황을 인식해 최근 소방수를 전격 기용해 포드2000의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다. 제품개발부서장에서 포드 자동차부문사장으로 승진한 자크 나세르(49)가 그 주인공. 나세르는 별명이 「잭 나이프」일 정도로 씀씀이 줄이기에 정평이 나있는 인물이다. 목숨이 위태로운 트로트만 회장으로선 나세르가 유일한 희망인 것도 이때문이다.
나세르는 지난 93∼94년 포드유럽부문을 지휘하면서 1만명을 감원, 유럽지역을 93년 8억7천3백만달러의 손실에서 다음해 1억2천8백만달러의 순익으로 단번에 올려놓은 경력을 자랑한다.
3월3일 열린 제네바 모터쇼에서 가진 연설에서 그는 포드유럽부문은 아직도 공급과잉상태에 있다며 곧 대대적인 정리가 뒤따를 것임을 시사했다. 이미 노조지도자들에게 임금삭감과 정리해고를 감수하라고 밀어부치고있다. 『나에게 비용절감은 신성한 의무』라며 한발 더 나아가 노조가 거부할 경우 아예 공장을 폐쇄시키겠다고 윽박지른다.
일각에서는 무리한 구조조정으로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있다고 우려하고있다. 여기다 출시 일보직전의 완성차를 마음에 안든다고 뜯어고치는 나세르의 기이한 행동도 눈총을 받는다. 이 경우 수백만달러가 추가로 들어간다며 직원들은 불만을 터뜨린다.
올해 25억달러를 줄이라며 직원들을 다그치는 나세르의 이중적인 모습이다. 포드자동차부문 사장으로 발탁되고 나서도 자신의 집무실을 이전의 제품개발부서실로 하겠다고 고집을 부려 부하사원들이 1백만달러를 들여 모두 이전해야하는 번거로움을 겪기도 했다.
수십억달러의 비용절감을 거쳐 날렵한 회사로 거듭난다는 포드2000. 나세르의 극약처방으로 정상궤도에 오를지 아니면 악화일로를 걸을지 귀추가 주목된다.<이병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