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로에 선 외환관리] <5> 中 고정환율제 언제 바뀌나

美압박에도 "때 아니다" 겉으론 느긋<br>핫머니 유입 부작용등 평가절상 필요성은 인정<br>급격한 변화땐 수출감소·실업등 사회불안 우려<br>'가랑비에 옷 젖는듯' 점진적 개선 가능성 높아


[기로에 선 외환관리] 中 고정환율제 언제 바뀌나 美압박에도 "때 아니다" 겉으론 느긋핫머니 유입 부작용등 평가절상 필요성은 인정급격한 변화땐 수출감소·실업등 사회불안 우려'가랑비에 옷 젖는듯' 점진적 개선 가능성 높아 • 물밑에선 제도변경 '분위기 띄우기' 지난 2월3일 중국 베이징. 중국인민은행 고위관리, 통화정책위원, 주요 경제학자 등 중국의 환율정책에 큰 영향을 끼치는 유력인사들이 긴급 모임을 가졌다. 전날 미국 상원의원들이 6개월 내에 위앤화 평가절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모든 중국 상품에 27.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을 마련, 의회에 제출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였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는 “위앤화 평가절상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는 원칙 확인에 그쳤다. 오히려 대책보다는 미국의 정책을 비판하는 분위기가 강했다는 것. “미국은 자국 경제 난관에 대한 책임을 다른 국가에 돌리지 말고 자신이 할 일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발언 등이 잇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한마디로 ‘기분 나쁘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이번 회의 결과에서 볼 수 있듯 중국의 외환정책은 겉으로는 결코 변하지 않을 불변의 진리처럼 굳어져 있다. 이 같은 중국의 입장은 외환관리 문제에 있어 지난 수십 년 동안 굳건하게 지켜온 철학이다. 이 철학은 미국을 위시한 서방선진국들의 외압에도 불구하고 고정환율제를 지켜온 배경이 됐다. 하지만 중국의 속내는 최근 급격히 달라지고 있다. 외환정책의 강경기류가 ‘시장친화적 정책’을 중시하는 시대조류와 중국 경제 현실에 맞지 않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지면서 중국 지도부의 새로운 고민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인식의 변화가 중국 외환관리의 변혁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무엇보다 눈덩이처럼 커져가는 외환보유고, 위앤화 절상을 노린 핫머니의 급격한 유입은 중국 지도부에게 외환정책을 빨리 변화시키라는 강한 압력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수입 급증 시대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제도를 변경하면 비용감소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도 중국 정부를 유혹하고 있다. 게다가 일부 소장 경제학자를 중심으로 한 개혁파 학자들이 정책변화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것도 중국 정부의 발걸음을 재촉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환경 속에서도 중국 정부가 외환관리 변혁 문제를 뒷전으로 미루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중국의 관행적인 특성이 큰 요소다. 특히 ‘인민에 대한 약속’을 최우선시하는 지도부의 입장에서 미국과 서방의 압력으로 환율정책을 바꾸는 모습은 가장 선택하기 어려운 카드다. 이런 고민은 “사람들이 위앤화 평가절상에 대해 무관심할 때가 이를 시행할 가장 최적의 시기”라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말에서도 읽을 수 있다. 민생경제의 가장 심각한 문제인 실업난이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외환정책을 서둘러 바꿀 수 없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1억5,000만명의 농촌 지역 잉여 노동력에다 국유기업에서 해고된 샤캉(下崗) 인력, 신규 취업수요를 감안하면 중국은 매년 2,400만여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현실적으로 일자리 창출은 상당 부분 수출기업들의 몫인데 위앤화 평가절상으로 수출이 감소되면 취업난 가중으로 엄청난 사회적 불안에 직면할 수 있다. 따라서 위앤화 평가절상을 골자로 한 외환시스템 개혁은 서방의 압력에 따라 전격적으로 이뤄지지는 않고 ‘가랑비에 옷 젖는 듯’한 양상으로 점진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게 중국 현지의 대체적 시각이다. 베이징의 한 금융전문가는 “중국 정부가 환율 메커니즘 개선과 위앤화 태환 증대 등 외환시스템 개혁을 위한 일종의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은 중대한 국면은 아니다”며 “중국 정부는 앞으로 오랜 시간을 두고 환율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시장에 의해 움직이는 환율시스템을 서서히 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베이징=고진갑특파원 go@sed.co.kr 입력시간 : 2005-03-08 16:56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